민주계.야 안팎 동시공격 배

입력 1993-10-30 12:24:00

김종필민자당대표가 요즘 당의 핵심그룹인 민주계는 물론 야당에서까지 공격을 당하는 등 안팎에서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다가 {10.26}14주기 추도식에서박정희전대통령을 미화하는 발언을 해 군사문화에 극도의 알레르기반응을 보이고 있는 청와대로부터도 곱지않은 시선마저 받고 있어 당대표로 선임된후최대 시련을 맞고 있다.이와관련 정가가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는 대목을 김대표가 사방에서 이런 식으로 무차별 공격을 받을 경우 자칫 차기당대표대안부재론의 논리에도 불구연임에 실패하지않겠느냐하는 점이다.

특히 민자당내 민정계의원들의 대다수도 차기당대표선임과 관련, {초록은 동색}이라는 관점에서 민주계인사에 비해 김대표를 상대적으로 선호하고 있을뿐 김대표의 {자리눌러앉기}에 여전히 불만을 터뜨리고 있는등 김대표의 지지기반이 당내에서 취약한것으로 드러나 더욱 그의 향후 입지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현재 김대표는 어떤 그룹들로 부터 견제를 받고 있는 그이유는 무엇일까.우선 최형우전총장으로부터 사실상 김대표는 차기당대표로는 자격이 부적절하다는 직격탄을 받았다. 최전총장은 지난23일 MBC에서 차기당대표선임과 관련, [차기당대표는 김영삼대통령이 역사에 투철하고 국민의 존경을 받으며 개혁에 앞장설수 있는 사람을 선택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실상 김대표의 배제론을 강하게 치고 나왔다.

물론 민주계의 전반적인 기류가 이렇다하더라도 이것이 김대통령의 입장과동일하다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왜냐하면 최전총장등의민주계중진들은 차기당의 헤게모니 장악측면에서 접근하고 있지만 대통령에게는 당이 분란을 겪지않고 개혁을 지속적으로 뒷받침하도록 만드느냐는 점도매우 중요한 변인으로 상당한 시각차가 있을수 있기 때문이다.김대표가 곤혹스러운 것은 야당이 대정부질의를 통해 그의 과거전력을 거론하며 인적청산의 대상이라고 연일 공세를 퍼붓고 있는 실정이다.장기욱.임채정.한화갑의원등은 5.16쿠데타주역이고 김대중 납치사건과 관련,당시 국무총리였던 김대표에 대해 책임을 요구하고 나선것이다.정가에서는 민주당의원들이 벌이고 있는 김대표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뒤에는몇가지 정치적 복선이 깔려 있다는 분석들을 내놓고 있다.

우선 첫째로 민자당의 내분을 촉진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히 내포되어 있으며두번째로 김대표의 흠집내기에 동교동계가 적극 나서고 있는 점으로 봐서 김대중전민주당대표의 잠재적 라이벌인 김대표를 회생불가능할 정도로 상처를입히는 한편 반대급부로 김전대표의 명예회복을 자연스럽게 이루려는 속셈이있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정가에서는 벌써 민자당내 민주계와 민주당의원사이에 상당한 교감이 형성되어 있다는 루머도 퍼지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것은 청와대가 그를 어떻게 보느냐하는 점이다. 현재 김대통령이 김대표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는 쉽게 장담할수 없는 부분이다. 27일민자당간부진들과의 만찬에서도 김대통령은 [김대표를 중심으로 단합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겉으로는 김대표에 대해 지지를 보이고 있지만 그러나 김대표의 10.26 14주기 추도식에서 행한 발언을 매우 불쾌하게생각했을 것이란게 대체적인 추측이다.

김대표는 이날 [가신 어른은 처음부터 끝까지 혁명가였다]면서 [소위 학자나민주주의를 구두선처럼 외고 다니는 사람들이 이상적인 정치가상을 나열해놓고 거기다 어른을 뜯어 맞추려는 게 잘못]이라고 언급하면서 [나는 정계에남아 있는 한 가신 어른이 올바른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데 미력이나마다하겠다]고 다짐, 새정부의 박정희시대평가를 정면으로 거부하는 모습을 띠었다.

김대표의 발언이 직접적인 계기가 된것은 아니지만 최근 박정희전대통령에대한 재평가시도가 확산되자 (모월간지의 박정희와 김영삼의 화해라는 기사가청와대를 격분케 했다는 소문도 무성) 김대통령은 이에 대해 정공법을 구사하며 일축하는 모습을 보여 정가에서는 김대표의 발언에 대해 김대통령의 심기가 편치않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대통령은 28일 아침 청와대에서 가진 외청장과의 조찬모임에서도 [지금 우리나라는 한국병이라는 중병에 걸려있다. 과거 총칼로 정권을 잡고 총칼로 국민을 끌어가는 과정에서 40년가까이 군사문화에 젖어있다. 이런 한국병을 고치지 않고 우리는 도약할 수 없다]고 재삼 군사문화의 병폐를 다시 끄집어내는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정가에서는 최근 박철언.김종인의원석방동의안표결처리과정에서의 반란표와 관련한 김대표의 한계론과 더불어 이번 발언등으로 김대표의 연임이더욱 어려워진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런 관측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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