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신부에게 주고픈 한마디

입력 1993-10-28 08:00:00

가을은 곡식과 열매만이 풍성한 계절이 아닌가보다. 결혼식을 알리는 예쁜청첩장이 줄을 잇고 알뜰혼수마련법, 신혼여행지안내, 신혼집안꾸미기등 신혼부부를 위한 특집기사가 실린 잡지가 부쩍 눈에 띈다.함께 환경행사를 하며 형제처럼 지내는 이들중에는 청첩장을 들고 찾아오는경우가 가끔 있다. 지난 봄 결혼5주년을 맞은 초년생 주부지만 그들에게 말부조를 한다. 그런데 상대가 여자이면 나는 한마디 더 덧붙인다. "남편에게잘해줘라, 응"

그말은 그들에 대한 나의 충고이기도 하고 지난 시절의 반성이기도 하다. 오랜 연애끝에 결혼을 한 나는 3년간 하고픈 모든 것들과 담쌓고 책상에만 매달려 있다가 멋진 대학생활만을 기대하는 대학신입생같은 기분이었다. 아무리좋은 학과에 들어갔다하더라도 대학이 목표점이 아니고 학문의 시발점이기에더욱 열심히 공부하여야하는 것처럼 결혼도 사랑의 결실이기보다는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온 두사람이 하나되어 더 힘든 생활과 사랑의 길을 걸어야하는시작임을 나는 잘알지 못했다. 그래서 가정이란 안정된 기초에서 장래를 걱정하고 고민하는 남편을 연애시절보다 관심이 없어보인다고 원망과 푸념만 늘어놓고 함께 세파를 헤쳐나가고 노력하기보다는 무엇인가를 얻기만 원했기에나는 신혼을 조금 힘들게 보냈었다. 신부가 결혼준비를 하면서 자신도 한 남자의 인생을 책임져야한다는 것. 결혼은 또 하나의 중요한 시작이라는 것을깨닫는 것이 어떤 혼수품보다 중요한 것 같다. 이 가을에 결혼하는 모든 이들이 멋진 신혼을 보내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나의 부끄러운 시절을 몇줄적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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