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홍칼럼-농촌이 없어져 간다

입력 1993-10-19 08:00:00

이번 추석의 귀성객 수는 2천6백만명이었다고 한다.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모인 사람들의 수가 그렇게 많다는 말이다. {민족 대이동}이라고도 하고 {사상 최대의 교통난}이라고도 한다. 해마다 {사상 최대}라 해 왔고 얼마 동안은매년 그럴것 같다. 자동차 수도 계속 늘고 인구의 도시집중도 더해가기 때문이다. 거기다 경제가 어렵고 살기가 고달플수록 귀성객수는 많아진다고 한다.귀성객 수는 경기에 반비례한다니 그럴듯하고 묘한 이야기다."귀성객은 경기반비례" 귀성객이란 순례자에 해당한다. 마호메트 교도들이 메카를 향해, 혹은 유태교나 기독교인들이 예루살렘을 향해 순례의 길을 가듯귀성객들은 고향과 조상을 찾아 순례의 길에 나선다. 우리의 경우 대부분 시간을 자동차 안에서 보낸다는 점이 특이하다. 서울서 부산까지 20시간이 걸린다 하니 미국 가는 것보다 더 긴 시간이다.귀성 행렬을 두고 누군가는 {귀성전쟁}이라 불렀는데 실로 그것은 전쟁의 예행연습 같다. 지금 만일 서울에 한방의 미사일만 떨어진다면 귀성전쟁 정도가아니라 도시가 온통 자동차에 얽혀 마비되고 말 것이다. 아마도 북에서는 남한에 자동차가 더 많아지고 도시가 더 포화상태가 될때를 기다리고 있는지도모른다.

현재의 대도시화는 기현상임을 잊기 쉽다. 그러나 하늘 무서운줄 모르고 치솟는 아파트들은 흙을 떠나 도시로 도시로 모이는 이 문명에 대한 위험신호임을 알아야 한다. 바벨탑 같은 아파트 단지들은 언제까지 커갈 것인가? 일찍이무너지지 않았던 문명이 없었듯이 이들도 무너지는 날이 온다.서울사람들 흩어야 추석날이 와도 고향엔 아무도 살지않고 귀성객이 더 이상갈 곳이 없어지는 그런 날을 앞당기겠다는 기세로 지금 도시화가 진행중이다.몇집 걸러 빈 집들 틈에 노인들만 뜨문 뜨문 살아 남아 있는 농촌. 농촌이썰렁한 양로원이 된지 오래다.

아직은 찾아갈 농촌이 있어 좋다. 그러나 얼마 안가서 찾아갈 농촌이 없어진다. 어느해를 고비로 갑자기 남한의 모두는 실향민이 될 것이고 졸지에 {귀성객}이 없어질 것이고 {귀성객}이란 말조차도 없어질 것이다.모두가 도시에만 바글거리는 미래의 살풍경을 상상해 보라. 안될 말이다. 극단적 도시화를 막고 사람들을 흩어야 한다. 특히 서울 인구의 분산책은 시급하다. 전에는 대도시의 인구 분산책에 관해 정부가 말하는 것을 자주 들을 수있었다. 그러나 이미 못 들은지 오랜데 그것은 안된다. 공장이 농촌에 가서거기서 자리잡았던 것이 새마을공장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 공장들이 다 폐허가 되었다.

돈귀신에 목덜미 잡혀 국토에 골고루 흩어져 살 궁리를 해야한다. 사람들이농촌의 빈집으로 돌아가고 폐허가 된 국민학교가 차츰 채워져야 한다. 농사는농도(농도)다. 그 일을 하는 동안에 사람들은 도를 닦아왔고 기초교육을 받아왔다. 옛 사람들의 예던 길에서 벗어나면 위험하다.

제나라의 농촌에서 난 신선한 농산물을 먹게 되어야 한다. 무역 농산물은 방부제를 쓰게 마련이다. 농산물만은 경제전쟁의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그러나 현재의 자본주의적 국제경쟁을 그대로 두고는 될 수 없다. 세계질서가 근본적으로 개조되어야 한다. 세계구원의 처방을 모색해야할 시기에 우리는 살고 있다. 사람들이 돈의 귀신에게 목덜미가 잡혀 끌려가고 있는 이 자본주의의 질곡으로부터 인류는 구원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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