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죽은사람 지명수배하다니

입력 1993-10-16 08:00:00

서해훼리호 침몰사고를 수사하던 검찰과 경찰이 죽은사람을 지명수배하다가웃음거리가 됐다. 승선인원조차 파악되지않은 원시적인 사고를 원시적인 방법으로 수사하다가 망신당한 우리 검.경에 대해 엄청난 실망을 숨길수없다.어떻게 이같은 어처구니없는 수사를 할수있었느냐는 것이다.침몰사고후 검찰과 경찰은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하고 사고원인수사에 들어가면서부터 길을 잘못 잡았었다. 사고원인을 쉽게 캐기위해서는 선장을 비롯한서해훼리호의 선원들을 수배하는 길이라생각했다. 그래서 검.경은 선원들의생사가 확인되지않은 상태서 이들의 신병확보에 수사력을 집중했다.더욱이 가관인 것은 실종자들의 시체가 상당수 인양되지않은 시점에서 확증도 없는 제보에 따라 선장등 대부분의 선원들이 생존해 도피했다고 믿고 지명수배조치까지 내렸다. 경찰병력을 풀어 위도일대를 가택수색하는등 선원들 검거에만 수사력을 집중했었다. 언론은 이같은 검.경의 수사상황을 연일 크게보도했다.이런 상황에서 선장이하 선원들은 승객들을 수장시키고 달아난 파렴치범으로돼버렸고 이들의 유가족들은 세상으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는 고통을 겪어야했다. 그런데 검.경의 중요수배대상인물이던 선장과 갑판장, 그리고 기관장의 시체가 조타실에서 발견된 것이다. 이들의 시체가 조타실에서 발견된 것은이들은 최후까지 배를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다.이처럼 죽기까지 최선을 다했던 선원들은 검.경의 어처구니없는 수사때문에파렴치범으로 몰렸었고 가족들은 사회의 따가운 눈총에 말할 수 없는 고통을당해야만 했던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될는지 모르겠다. 만신창이가 된 선원들의 명예를 어떻게 회복해 줄 것이며 가족들의 고통은 어떻게 보상해 줄건가. 사망하거나 실종된 승객들과 유가족들의 슬픔못지 않게 이들의 아픔도참기 어려운 것임을 알아주어야 한다.

생각이 깊지 못한 수사로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주고 검찰과 경찰 스스로도말할 수 없는 수모를 받으며 국민들로부터의 신뢰를 크게 잃게된 이번 해프닝은 검찰과 경찰의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고 능력의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사고발생뒤 6일동안 엉뚱한 방향에서 수사를 벌이다가 빈손으로 돌아온 검.경의 모습에서 도저히 믿음성을 읽을 수 없다.

이번 검.경의 방향을 잘못 잡은 초기의 수사때문에 여객선침몰원인에 대한수사자체가 미궁으로 빠질 공산이 크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러사람 괴롭히고 수사를 망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검.경이 무슨 방법으로 이번의 잘못을 용서받을수 있을까마는 진정한 최선으로 죽은 사람을 지명수배한 오명을 벗도록 노력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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