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대통령 연설문

입력 1993-10-04 08:00:00

*대통령의 연설문을 순수 자작품으로 여길 국민은 드물다. 비서진이라는 막료와 참모들의 머리와 문장력을 빌려 완성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발표되면 그것은 대통령에 귀속되는 대통령의 연설문이지, 그늘에서 일한 참모들의 것은 아니다. *김정남대통령 교육문화 수석비서관이 김영삼대통령의국정연설보다 3시간 앞서 매우 비슷한 내용의 연설을 한 것이 뒤늦게 알려져구설삭에 올랐다. 연설의 핵심이 될만한 중요내용들이 동일하거나 유사했다는 점에서 참모역의 한계를 벗어났다는 비판을 산 것이다. *두 연설의 선후가바뀌었다면 대통령의 연설을 앵무새처럼 되뇐다해도 충성도가 강조될뿐 흠잡힐 일은 아니다. 한데 이를 중견 언론인단체와의 간담회석상에서 사전 공개를해놨으니 국정연설이, 김비서관 연설의 차작내지는 표절이라는 오해도 낳을법하다. *더욱이 '오늘 대통령의 국회연설에서 언급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이라는 전제를 달았던 것도 오해의 소지를 크게 했다. 말하자면 '대통령의 연설은, 내가 썼노라(아니면 숙지하고 있다)'라고 과시한거나 진배없다.*대통령의 연설은 누가 써서 누가 다듬은 것이라는등 소상한 내막을 국민에게 알릴 일은 못된다. 연설의 무게와 권위와 신비성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명예는 상사에게 공로는 부하에게 책님은 나에게'란 해묵은 공직훈만 체득했더라도 위와같은 실수는 범하지 않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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