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 재산공개 물의의원 처리 진통

입력 1993-09-16 12:04:00

"도대체 기준과 원칙이 무엇이냐"민자당을 1주일여동안 쑤셔놓은 벌집모양으로 만들어 놓은 재산재공개의 파동을 둘러싸고 동료의원들을 치는 잣대가 제멋대로 들쭉날쭉이라는 소리다.처리대상으로 지목된 사람들이 형평성의 문제를 거론하며 대다수 불복태세를보이거나 "기준이 무엇이냐"며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의원들중 왜 일부는 무사한가"라며 그들이 무사한 이유를 밝히라고 나서고 있다.

국회윤리위에 맡기겠다는 최초의 방침이 청와대로부터의 언질과 대법원장.검찰총장의 잇따른 사퇴파동에 휩쓸려 온데간데 없어졌고 급기야는 대폭적인{손질}로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소문이 당내에 나돌았다.

그러나 처리대상으로 거론된 당사자들의 강한 반발과 실세당직자들의 막후입김까지 작용하면서 한두사람씩 숫자가 줄어들어 결국 2명출당의 선에서 결말이 지어지는 {룡두사미}현상을 빚게 됐다. 실제로 14일오후부터 15일 하루내내 당사주변에서는 "누구는 당내 실력자에 밉보여 당했다" "누구누구는 든든한 줄때문에 막판에 빠졌다"는 출처불명의 흉흉한 소문마저 나돌기도 했다.이번 처리대상자로 확정된 박규식의원과 이학원의원의 경우 어디 의지할곳한군데 없는 무소속영입의원으로 이들의 명단이 흘러나오자 "결국 만만한 사람만 다친다"고 당지도부를 향한 비아냥 소리가 무성했다.

이명박의원의 경우는 당내 두 실세 사이에서 서로 의견이 엇갈리게 반영돼"한쪽에서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으나 다른쪽에서는 "경고대상"이라고 계속 흘리는 웃지못할 현상도 빚어졌다.

정호용의원은 당실사과정에서 계속 엎치락뒤치락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결국어떤 이유에서인지 제외됐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험악해진 TK정서를 고려한 것" "대통령이 직접 입당을 시킨 때문"이라는 등의 갖가지 추측이 무성했다.

또 이 와중에 "민주계는 왜 한사람도 해당자가 없느냐" "왜 특정지역사람은안보이느냐"라는 반발도 나오고 있다. 자칫 도덕성제고의 의미를 가진 재산재공개가 메울수 없는 감정의 골만 더 깊이 파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전망마저 낳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그동안 {개혁바람}에 겉으로일지언정 말없는 지지를보내던 민정계 일각에서 서서히 개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고 민주계 주도의 당지도부에 강한 불만을 표하고 나선 것이다.

15일 당무회의 석상에서 나타난 이같은 형상은 앞으로도 기회가 있을때마다불거져 나오리라는 전망이어서 재산공개파문이 지나가더라도 민자당은 이래저래 조용할 날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0...15일 오전 열린 당무회의는 재산공개에 따른 물의의원 징계와 관련, 민정계의 {노골적인} 불만이 표출.

국회의원중 재산순위 2위로 경고대상에 오르내리고 있는 김진재의원(부산 김정)은 당무회의장에 들어서기전 전혀 주위를 의식하지 않은채 "계파가 다르다고 아무이름이나 마구 넣어 이렇게 막 죽여도 되는거냐"며 고함치다 황명수사무총장자리로 찾아가 "기준이 뭐냐"고 강력 항의.

당3역보고가 끝난후 토의시간에 같은 계파의 곽정출의원(부산 서)이 또다시나서 재산공개관련 문제의원 처리에 대한 당지도부의 처리기준에 격한 불만을 토로. 곽의원은 상기된 표정으로 "재산공개처리는 법에 맡겨야지 여론재판이나 강압을 동원해선 안된다"며 "1차때 당대표가 법에 의한 것이 아니니 적당히 알아서하면 된다고 해 그렇게했는데 이제와서 누락운운하며 돈많은 의원들을 모두 도둑으로 몰면 어떡하느냐"고 흥분하면서 당무위원 사퇴까지 선언.이를 맞받아 황총장은 "당무위원을 그만두고 말고는 곽의원사정이지만 발상에 문제가 있다"며 "새정부의 주안점은 도덕성으로 전국 각지에 부인.자식명의로 마구잡이로 땅을 사들인 사람을 어떻게 가만둘수있느냐"고 같이 흥분.이어 이치호당무위원(수성을.원외)도 발언을 요청, 가세. 이위원은 "대통령의 개혁6개월에 대한 중간점검을 한번 해봐야한다"고 전제, 정치는 반대자를어떻게 설득하느냐는 것으로 우리는 혁명을 하는 것이 아닌 개혁을 하자는것인만큼 반개혁세력들을 설득시켜 함께 안고 가야한다"고 언급, 현재의 개혁작업이 문제가 없지않음을 지적. 이위원은 그렇지않으면 개혁을 빌미로 권위주의가 다시 왔다고 할것"이라며 "곽의원의 말씀도 법에의한 공직자윤리위가있는만큼 이에 따른 {해결}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부연.이날 회의가 끝난뒤 민정계당무위원들이 곽의원을 찾아가 등을 두드려주거나손을 잡아주는 모습이어서 곽의원이 자신들의 감정을 폭발시켜준 {코르크 마개}였음을 반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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