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리유사조차 못믿게하나

입력 1993-09-16 08:00:00

젖먹이어린이는 주는대로 먹는다. 식품의 선택능력이 전연없다. 그리고 젖먹이때의 건강이 평생을 좌우한다고 할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그 관리는 성인것이상으로 철저해야 한다. 유아의 분유나 리유사은 아무런 의심없이 먹이고있는게 일반의 인식이다. 그런데 여기에 믿기 어려운 문제가 생겼다. 사료용으로 수입된 귀리가 국내 유명유가공업체의 이유식 원료로 쓰여 대량 유통돼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젖먹이에게 사료용 귀리를 섞어서는 안될 일이다. 수송중에 부패방지를 위해얼마나 많은 방부제를 썼을까를 생각하면 몸이 오싹해진다. 매일유업과 파스퇴르유업이 이 귀리분을 성분원료로 넣어 지난3월부터 8월까지 각각 {맘마밀}과 {이유식}이란 이름으로 시중에 판매해 왔다고 한다. 그동안 판매된 제품이 1백만개에 가까울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현재 보관하고 있는 {맘마밀}의 성분중에는 문제의 귀리분이 0.3% {이유식}에는 3%가 각각 섞여있다고 하나 이 비중이 과연 적은 수치인가. 파스퇴르분유는 지난6월 사료용 귀리를 원료공급회사가 섞는다는 풍문에따라 제품전부를회수하여 소각했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제품의 전량회수가 가능한 것일까. 지금으로서는 두회사 모두 잔류제품들을 알뜰하게 회수하는일이 가장 중요하다.사료용으로 수입된 귀리를 두 이유식 제조업체에 공급한 {개미산업}의 위험한 장삿속에 놀라지않을수없다. 사료용이면 사료제조회사에 공급할일이지 어쩌자고 젖먹이식품회사에 납품할 엄두를 내었을까. 개미산업에게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 그리고 우리가 납득할수없는일은 사료용이 유아용으로둔갑하여 이유식이 만들어져시판될때까지 행정의 제어기능이 없었느냐는 점이다. 보사부는 뭣을 했는가. 이유식제조과정에 대한 점검만 철저했더라도 제조전에 적발해낼수 있은것이 아닌가. 그것은 문제가 생기고 난뒤 원료공급업체를 형사고발하고 수입회사에 대해 행정처분을 의뢰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보사부는 이런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완벽한 장치를 해야할것이다.젖먹이 식품에 잔류농약의 함유가 의심되는 사료용귀리를 섞어넣거나, 작년12월 분유를 만드는 원유에 항생물질이 함유되어있음이 밝혀져 소동을 벌인것들은 참으로 위험하고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다. 젖먹이의 건강을 지키는일을장삿속에 눈이 어두워 업자들이 외면한 결과이다. 그렇다고 이를 막아야할정부의 감시기능도 믿을것이 못되는 형편이다. 그러면 국민들은 누굴믿어야하나. 아무리 불신사회라 하더라도 리유사조차 믿지 못한다면 그것은 더없이 큰문제다. 업자와 정부는 젖먹이 식품만이라도 제발 믿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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