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읽기돌입 민자의원 처리

입력 1993-09-15 00:00:00

처음부터 재산공개물의의원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던 민자당이 청와대측의 강경입장선회를 계기로 무서운 칼을 뽑았다. 속전속결의 처리원칙을 세운 민자당은 14일 당지도부가 잇따라 대책회의를 갖고 사실상 징계대상자와내용을 결정하는등 하루종일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그러나 이번의 징계강도가 예상을 뛰어넘고 있는 것은 대법원장과 검찰총장의 사퇴파장과 형평성을 맞추어야 한다는 인식도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한편 징계대상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섬으로써 민자당의 당초 징계폭이하향조정되는 쪽으로 전개되고 있다. 당권정지로 거명되던 조진형의원은 소명설득이 받아들여져 중징계는 일단 피하게 됐고 공개경고대상자들도 비공개경고로 전환됨으로써 사실상 치명타는 모면할것으로 보인다.

0...징계작업의 총대를 매고 있는 황명수사무총장은 14일 오전 오후 권해옥,조부영부총장, 백남치기조실장등 실무지도부들과 두차례 회동을 갖고 이학원, 박규식의원등 2명의 제명을 비롯, 당권정지, 경고등의 3단계별로 대략12-13명정도의 징계대상자를 최종확정했다.

당권정지가 이뤄지면 수석부위원장이 지구당을 대리로 운영하게 되도록 되어있어 사실상 {당을 떠나라}는 뜻으로 비쳐지기 때문에 정치인으로서는 정치적파산선고나 다름없는 강도높은 징계조치로 분류할 수 있다.최근 6개월에서 2년사이의 당권정지를 받을 인사로 김동권의원이 거론되고있으며 나머지 비공개경고대상에는 정호용, 김영광, 이명박, 김진재, 남평우의원등으로 압축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는 자체조사자료, 재산등록관련서류, 신고스크랩등의참고자료에다가 청와대측의 문제의원 명단을 활용하여 여론의 도마위에 오른의원을 중심으로 10여명으로 대강 윤곽을 정해 난상토론을 벌였다.이날 회의에서는 1차재산공개때 부동산을 무려 54건이나 누락시킨 박의원과광명시의 땅 4필지를 은닉한 이의원은 징계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정리했다.이의원은 전날 김종비대표를 찾아가 구명을 호소하고 저녁에는 부부동반으로 황총장집을 찾아가 읍소하다시피했으나 결국 무위로 돌아갔고 박의원은 생존의 몸부림을 아예 포기했다.

한편 이날회의에서는 이, 박 두 의원의 출당조치에 대해서는 이론이 없었지만 김동권의원의 경우 막강한 재력으로 당에 기여한 바가 있고 누락공장분이투기성재산이 아니라는 점이 다소 인정되었고 정호용의원의 경우 민심이 어수선한 대구경북지역의 현상황을 고려, 각각 징계수위가 한단계씩 낮춰져 당권정지, 경고등으로 결론지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상태이다.0...이번 출당조치를 당하게 된 이의원과 박의원이 모두 민주계실세들의 도움으로 당에 입당한 인사라는 점에서 무원칙한 무소속영입에 대해 비판이 비등해지고 있다.

특히 이의원의 경우 1차재산공개때도 물의가 많았으나 최형우전총장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입당을 적극지원해 준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어서 최전총장에게도 비난의 화살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0....징계대상자들은 한결같이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규식의원은 "공개요령을 이해하지못해 종중산, 소송중인 땅등이 누락됐으나 투기를 한적이 없다"고 해명했고 이학원의원도 "착오였지 고의적으로 누락할 의사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김동권의원은 "개인기업에 대한 처리기준이 없어 지난번 재산공개때 빠뜨린 것이었다"면서 "당의 뜻에 따르겠다"고 체념하는 표정이고 조진형의원은"영종도 땅은 국가의 허가를 받아 공유수면을 매립, 자연녹지로 지정돼 있는데 무슨 투기인가"라고 억울해했고 정호용의원은 "잘못이 없다"는 반응을 나타냈으며 남평우의원은 "용인의 볼링장은 설치융자액이 건물가액보다 많아1차때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변호했다.

0...이번 징계처리과정에서 당이 완전소외되고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드러나 당의 무능이 또한번 입증되었다는 지적들이 우세하다. 당지도부도처리를 놓고 우왕좌왕한 모습을 띠다가 청와대의 방향결정으로 뒷북을 치게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징계조치로 의원들에 대한 사정이 끝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출당의원들에 대한 의원직사퇴압력여부가 아직 남아 있고윤리위의 실사나 금융실명제의 실시로 또다른 예상치않은 의원들이 돌출할지아직 장담할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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