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힘겨루기 정기국회 삐걱

입력 1993-09-14 13:05:00

정기국회가 정치권의 무모한 힘겨루기와 감정싸움으로 삐걱거리고 있다.13일 민주당이 정기국회운영과 국정조사문제를 분리키로 당론을 결정함에 따라 정기국회는 14일부터는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되었다.그러나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대통령의 국회연설무산에 따른 비난이 민주당에 쏠리는 틈을 이용해 민자당이 아예 국정조사문제를 완전히 종결짓겠다는강경한 자세를 취함으로써 여야는 감정싸움으로까지 나아가고 있다.민주당은 청와대가 여야간 의사일정도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13일 오전에대통령의 국회연설을 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하자 국회법절차를 무시한 처사라고 비난하고 나서면서도 한편으로 이것이 민주당의 국회일정협상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대통령의 국회연설일정을 맞추기위해서라도 민자당이 국정조사기간 연장이나두전직대통령의 국회증인출석에 대한 양보안을 내놓지 않을까하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과는 달리 민자당이 국정조사문제의 종결을 고집했고 이어 대통령의 국회연설이 민주당의 반대로 무산된것으로 전해지면서 여론마저불리한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13일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갖고 국정조사문제를 국회일정협상과 완전 분리, 현행 국회법에 따라 곧바로 국정감사일정에 들어가든지 아니면 여야간 합의된 국회법개정안에 따라 대통령연설-교섭단체대표연설-상임위활동을 선행한후 국정감사에 들어가든지, 정기국회에 임하기로 방향을 선회했다.

각종개혁입법과 정치관계법협상, 예.결산심의등 산적한 현안을 방기한채 국정조사라는 과거사를 볼모로 정기국회를 파행으로 몰고가는데 따른 부담과 함께 국회파행자체가 민주당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판단이 고려된듯하다.

민주당은 그러나 채택된 증인들에 대한 신문마저 제대로 끝내지 못한 상황에서의 국정조사의 종결은 있을수 없다면서 {추후 계속 협의한다}는 단서를 국회일정합의에 추가할것을 요구했다.

이에대한 민자당의 입장은 국정조사문제에 대한 {합의}도 아닌 {협의}조차거부한채 {무조건적인 국회정상화}.

이는 그동안 항상 명분에서 항상 밀리게 하면서 민자당의 발목을 잡던 과거사문제를 국회파행에 따른 비난이 일차적으로 민주당으로 쏠리는 틈을 이용해완전히 끊어버리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또하나는 대통령의 국회연설 무산에 따른 청와대의 심한 불쾌감을 반영한 감정적인 대응이라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스스로의 몸에 칼을 댈지도 모를 파격적인 내용이 담겨진 각종정치법안을 처리해야할 이번 국회에 구태여 서둘러서 임할 필요가 있느냐는계산도 감안됐을것이란 지적이다.

14일에도 민자당은 [조건이 붙은 국회일정 합의는 절대 있을수 없다]라며 민주당의 완전항복을 거듭 요구했고 이에대해 민주당은 박지원대변인의 논평을통해 [무조건이라는 것은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라고 맞서는등 양당의 이견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있다.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성숙된 국회상은 정기국회의 기선을 초반 제압하려는 여야의 무모한 힘겨루기로 물건너가고 있는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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