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회가 지금 이럴때인가

입력 1993-09-13 08:00:00

새정부 출범후 첫 정기국회가 의사일정도 잡지 못한채 초장부터 휘청거리고더욱이 이같은 원인이 국회운영을 둘러싼 여.야의 힘겨루기 차원을 넘어 다분히 감정대립의 형국으로 치닫고 있어 새시대의 국회가 이래도 되는가라는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문제의 발단은 13일로 예정된 김영삼대통령의 국회국정연설을 청와대측이 취소해버린 데 있다. 민주당측이 국정조사기간연장을 김대통령의 국회연설과 연계시켰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줄곧 요구했던 민주당이 딴 조건을내걸어 연설청취를 거부하겠다는 것은 사리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이에대해 민주당측은 청와대의 결정이 다분히 감정적인 처사라고 맞받아 치고있다. 국정조사 문제와 관련, 우선 조사기간을 연장하고 두 전직대통령 증언문제는 추후에 논의하자는 타협안까지 제시했는데도 이를 묵살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심지어 의회주의자를 자처하는 김대통령이 국회를 이런식으로 대할 수 있느냐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여.야의 팽팽한 대결상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한마디로 착잡하다. 그러잖아도 재산공개로 땅에 떨어진 정치권의 위상이 회복불능의 상태에빠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산적한 국사를 앞에두고 이런식의 구태를 답습해도 되는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15일로 예정된 미테랑프랑스대통령의 연설은 듣겠다는 민주당의원들이 우리 대통령의 연설엔 여러 조건을 내거는걸 이해할수 없다"고 불쾌해했다. 이는 곧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정치협상의 대상으로삼을 수 없다는 말로 해석된다. 일단 일리가 있는 소리다.

그러나 대집권여당이 야당의 요구를 보다 신축성있게 검토, 타협점을 찾지못한 책임은 면할수 없다고 본다. 의석수에서 월등한 민자당이 어차피 국회운영을 주도할 수 밖에 없다면, 파행을 막아야 할 책임 역시 민자당에 돌아가기마련인것이다. 뿐만아니라 민주당 역시 삭적인 열세를 정치적인 공세로 만회하려는 정략을 삼가하는 의젓함을 보여야 할 것이다. 여.야가 당이당략에 치우쳐 국회운영을 마비시켜놓고 서로가 책임전가에 급급하고있는 모습은 보기민망스럽다.

지금 이 나라의 형편이 어떤가. 국회가 제기능을 못하고 공전을 거듭해서 될상황인가. 더구나 국회의원을 보는 국민의 시선이 달갑지 못한 판국에 극한적인 여.야대결이 용납될수 있다고 보는가. 하루라도 빨리 타협에 나서 국회를 정상화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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