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토착비리' 조기종결 배경

입력 1993-09-11 12:22:00

사정당국의 토착비리사정작업이 실속은 커녕 지역사회에 불신풍조가 만연,각종 부작용만 남긴 채 사실상 마무리 됐다.청와대는 10일 지난 6월중순부터 시작된 지역토착비리에 대한 특별사정을 이달말로 조기 종결토록 검찰.국세청등 사정기관에 지시했다.이와함께 앞으로 특정인을 음해할 목적으로 허위.모함성투서.고발행위를 일삼는 자를 중점적으로 색출, 처단함으로써 토착비리 사정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는 향후 사정방향과 관련, 중앙부처 차원의 특별활동보다는 지방사정기관의 통상적인 사정활동을 강화, 토착비리발생을 사전에 예방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청와대가 이같이 토착비리사정을 조기에 마무리짓기로 방침을 세운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당초 기대와는 달리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청와대민정수석실은 지난 6월 암행감사반을 전국에 파견해 3백여명의 비리혐의자를 파악, 이 가운데 1백여명의 명단을 검찰에 통보, 사법처리 또는 인사조치토록 했다.

그러나 청와대측이 구체적인 처리결과를 밝히기는 거부하고 있으나 실적이극히 미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청와대측에서조차 성과에 대해 "법을 지키며 바르게 살아야 하겠다는 의식이전국적으로 확산되는등 비교적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정도의 자체평가를 하고 있다.

실제로 대구.경북의 경우 당초 대검찰청으로부터 대구지검에 통보된 비리혐의 대상자는 중앙언론사 주재기자등 언론인 9명을 포함, 17명이나 됐다.그러나 지금까지 토착비리사정과 관련, 사법처리된 인원은 구속 1명, 불구속입건 2명등 고작 3명뿐이며 더이상 진전도 없이 사실상 수사가 마무리된 상태다.

이같이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던 것은 당초 대상자 선정을 구체적 물증에의하기 보다는 {소문성 비리}에 토대를 두는등 무리가 없지 않았는데다 지역사회라는 특수성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었던 수사의 어려움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 고위 사정관계자는 "지역이라는 특성때문에 정말 수사에 어려움이 많다.재수가 좋아야 성과가 나올 정도"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둘째, 토착비리 사정이 당초 취지와는 달리 각종 부작용을 빚고 있어 사정성과의 훼손을 우려한 때문이다.

토착비리사정이 시작된후 지역사회에서는 유.무형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이것이 청와대가 사정활동을 조기에 종결키로 한 가장 큰 이유로 보여진다.김영수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은 이와 관련 사정분위기가 장기간 지속됨에 따라 @음해.모함성 투서가 급증, 지역사회에 불신풍조가 만연되고 @{토착비리대상자선정 의혹}등 유언비어가 유포되고 @지방유력인사의 불안심리 팽배로지역내 불화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대구의 경우 최근 구통일민주당출신 인사들의 모임인 {신풍회}가 김홍식금복주회장을 {토착비리 차원에서 조사해달라}는 건의서를 청와대.검찰등각계에 제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셋째, 지방언론만을 겨냥한 사정이라는 비판과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라는 시각도 있다.

이번 사정기간중 가장 눈에 띄는것은 10여명의 지방언론(특히 신문사)사주들이 구속된 사실이다.

물론 일부는 도덕성등의 문제로 지역사회의 지탄을 받아온것도 부인할 수 없고 당연히 정화돼야 한다는것이 여론이다.

그러나 유독 지방언론 사주만이 대거 사법처리 된것에 대해 의혹의 눈길도적지않다.

대구.경북의 대상자 17명중 9명이 언론인이었다는 사실도 뭔가 석연치 않은대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앙이든 지역이든 비리는 척결돼야하며 새정부의 이러한 사정작업은 많은국민들의 공감을 얻고있다.

그러나 이번 토착비리 사정은 충분한 계획없이 의욕만 앞세운 나머지, 결과적으로 소기의 성과는 커녕 지역사회에 부작용만 조장한 용두사미사정에 그쳤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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