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55마일 휴전선 딱 중간지점인 강원도 철원군 근남면 마현1리. 유명한 대성산 바로 밑에 속칭 {경상도울진마을}이 있다. 요즘 이곳 주민들은 밤잠을설친다. 추석을 앞두고 방문할 고향을 눈에 그리며 그동안 맺힌 한들이 한꺼번에 미어져나오고 있기 때문.태풍 실향 33년. 악몽같은 사라호태풍이 스치고 간 이듬해인 지난60년. 끼니조차 잇기어려운 울진군민 66세대가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고 있는 이곳까지이주해온 것이다. 경상도 말씨와 풍습을 고스란히 지키며 쑥대밭과 지뢰밭을오직 손톱하나로 일구어 지금은 인근에서도 부러워할 부촌이 됐다."군트럭으로 울진서 사흘만에 도착했는데 정부가 약속한 땅이니까 믿고 온것이지요. 그러나 그뿐이었습니다..." 이 마을 노인회장 박호철할아버지(76)는당시를 회상하기에는 이미 벅찬 나이여서인지 거북등같은 손바닥을 펴보이며눈시울부터 적신다.
강원도땅 휴전선 민통선안에 경북의 {울진마을}이 있다는 것이 알려진것은지난3월. 울진군여성단체협의회(회장 김영순)가 이 소식을 듣고 고향 사람끼리 옛정을 나누자며 오는 14일부터 2박3일간 이들을 초청하게된것.마현1리 이장 임병만씨(46)는 "고향을 방문한다는게 여간 벅차지가 않아요.우리가 해외동포도 아니고... 고향까마귀만봐도 반갑다는데 마을 전체가 들떴어요"라며 감격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가장 나이가 많은 진기준할아버지(92)는 온전치 못한 몸이지만 아들과 며느리를 졸라 "기어이 이번에는 고향에 가봐야 한다"며 그날을 기다리고 있고,부녀지도자인 김화자씨(43.여)도 행여나 어른들이 먼 행로에 지칠까 그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세살때 부모따라 이곳으로 이주해왔다는 새마을지도자 남한얼씨(35)는 "어릴때 지뢰밭이 터지는 소리도 자주 들었다"며 이렇게 일군 동네어귀에 지난89년 자신들이 울진 사람들임을 담은 입주기념비를 세우고 청년들과 서로 어깨를 어루만지며 실향의 아픔을 삭였다고 했다.
주민들의 노력도 노력이지만 주위의 군부대 지원도 많았다고 밝힌 정우옥씨(66)는 이곳에서 생산되는 {오대쌀}은 미질이 좋아 경기도 여주.이천쌀보다가마당 3천원씩 더 받는다고 자랑하기도.
이밖에도 마현리주민들은 양봉과 인삼재배등으로 상당한 수입을 올리고 있지만 최근 수복지구내 소유자 미복구토지 소유권보존등기 특별조치법의 시행으로 6.25이전의 소유자들이 갑작스레 나타나 걱정이 태산이다.지금은 1백16가구로 불어나 다른 농촌의 이농현상과는 달리 이곳 주민들은"이번 추석전 고향방문을 계기로 앞으로는 자주 고향에 내왕할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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