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 대구남 개편대회 명암

입력 1993-08-28 22:42:00

27일 오후 프린스호텔 별관5층에서 열린 민자당 대구 남구 지구당개편대회는8.12동을보선에서 민자당이 패배한 이후 이지역에서 처음갖는 민자당의 공식행사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민자당이 보선에서 패배한지 보름여가 지난이후, 이지역 민심의 향배와 지역의원들의 동정이 자못 관심을 모았기 때문이다.

1천여명이 행사장을 꽉메운 이날 대회는 외형면에선 나무랄데가 없었다.이날 김종필대표는 "김의원이 공약한 중동교와 캠프워커후문간 3차순환선 개통, 미군기지이전등의 약속이 반드시 실천되도록 중앙당이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다짐, 대회장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차분한 분위기는 그대로였다. 그 흔하던 {연호}조차 한번 나오지 않았다. 그나마 힘찬 박수가 터져나온 것은 김대표가 김의원의 부인을 소개할때였을 뿐 언뜻 그 까닭이 잡히지 않았다. 동을보선패배에 따른 당원들의 죄책감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보선이 준 교훈에 따른 기약없는 {민자호}에 올라타는선장을 바라보는 선원의 심정일까.

이날 행사에는 끝내 대구지역의원들은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수성갑의 정창화원외지구당 위원장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이치호원외지구당 위원장만이 당초 {YS맨}인 김봉조의원이 대독하려던 총재치사문을 자청해 낭독하는 {의외}의 성의를 보였을뿐.

대구시당위원장인 김한규의원은 전인대 초청으로 중국에, 아시아.태평양의원연맹(APPU) 한국측 회장인 김용태의원은 나우루에서 열리는 총회때문에 지난25일 국내를 떴고 강재섭의원은 휴가중, 유성환의원 정호용의원은 각각 소련과 미국에, 최재욱의원은 이날 같이 겹친 예결위 전체회의때문에....그럴듯한 핑계거리를 공교롭게도 모두가 갖고 있었다. 이정무 전지구당위원장과의 함수관계 같았다.

이때문인지 이날 잔치행사의 주인인 김의원은 시종 {퉁퉁 부은} 얼굴로 "의원에 당선된 이후 정치적 혼란기를 겪으면서 방황과 향후전도에 번민이 많았으며(중략) 저의 경험이 신한국건설에 필요하다는 자신감과 시대적 소명의식을 갖고 민자당에 입당했고(중략) 이웃간, 동문간, 선후배간, 각종 단체간에후보선택과정에서 빚어진 감정의 앙금을 수용, 굳건한 지구당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이 전위원장은 서울 자신의 사무실에서 울분을 곱씹고 있었다.그는 민자당과의 {결별}임을 시사하듯 김대표 일행이 내려간 {역순}의 교통편으로 행사 전날밤 일찌감치 상경해 버렸다.

"도저히 못있겠더라"는 것이다. 그는 "민주계가 원외인 지구당에는 단 한건의 위원장교체도 없었다"며 "신의없는 정치바닥에 환멸을 느낀다"고 {정치무상}을 토로했다. 그런가운데도 이치호위원장의 행사참석에는 {분노}에 가까운섭섭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다음 선거에선 반드시 이기겠다는 {절치부심}을쏟아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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