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 통제기능 "실종"

입력 1993-08-24 12:02:00

엑스포 개막 2주일이 지나면서 갈수록 관람객들이늘어나고 있으나 정작 세계 과학 문화 올림픽이란 엑스포의 진정한 체험을 할수 있는 사람은 일부에 지나지 않아 엑스포관람이 엄청난 시간과 경제적 낭비라는 지적이 높다.엑스포조직위원회는 1일 적정관람인원을 10만명으로 잡고 20만명이 넘으면혼잡, 30만명이 넘을때는 위험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엑스포를 관람하고 나온 상당수 시민들은 "너무 많은 인파로 구경도 못하고 식사마저 제대로 할 수 없는등 무질서의 극치를 드러내고 있다"며 "도대체 조직위의 인원동원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고 분개했다.

이에따라 엑스포를 관람한 시민들은 조직위가 25일부터 정부관, 시도관등5개 전시관을 오후 1시까지는 학생단체관람객에만 허용키로 한 계획을 중단하는등 단체관람객유치를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엑스포 총 관람인원을 1일 5만명이내로 제한하든가, 입장료만 내면 전체전시관을 관람할 수 있는 현행 관람방식을 전시관별, 행사별로 입장료나 인원을 분리, 제한 유치해관람객들에게 기회를 동등하게 줘야한다고 주장한다.

평소보다 다소 적은 13만명이 몰린 22일 가족들과 함께 엑스포장을 찾은 신만순씨(35.대구시 수성구 지산동)는 "새벽부터 줄섰지만 국내인기전시관은 한곳밖에 볼 수 없었다"며 "인파에 시달리는 것이 엑스포의 전부인 것 같다"고불평했다. 신씨는 "토요일오후 야간입장을 했으나 모든 전시관들이 모두 입장마감했고 대공연장의 쇼공연도 입장할 수 없었다"며 "입장료만 물게한 조직위는 사기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정용덕씨(45.대구J국교교사)는 "학교직원 50명이 단체로 엑스포장을 찾았으나 전시관마다 4-7시간 기다려야했다"고 털어놓았다. 정교사는 "조직위는 학교와 학생들의 단체동원을 중단해야한다"고 말했다.

관람객들은 또 엑스포장이 급조돼 화장실, 식수대, 그늘, 벤치등 편의시설이절대부족한 것을 핑계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않고 자리를 깔고 앉아 식사하고술판까지 벌이고있다. 22일 번영관앞에서 술자리를 벌이던 윤이수할아버지일행 7-8명은 "새벽 성남서 왔으나 곳곳이 줄선 사람들 뿐이고 우리같은 노인들은 할일이 없다"며 "누가 엑스포에 가자고 했나"하고 서로 힐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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