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던 {뒷돈}끊겨 초감량운영 "비상"

입력 1993-08-24 12:11:00

여야 각 정당들도 금융실명제의 전격실시로 {실탄}으로 불리던 검은돈, 눈먼돈의 유입이 사실상 봉쇄됨에 따라 어떤식으로든 변모가 불가피해졌다.투입되는 {연료}에 비해 {출력}이 너무나 형편없이 방만하기만 하던 정당조직은 실명제라는 {핵폭탄}의 투하로 자금의 흐름이 거의 노출됨에 따라 운용자금의 대다수를 차지한 뒷돈의 유입에 더이상 기대를 걸수 없게 된 것이다.여야정당으로서는 실명제의 실시로 가히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형국이돼버렸다.**민자당**

지난봄의 대규모 {체중감량}에도 현재 2백여명이나 되는 중앙당사무처요원과전국 2백37개 지구당, 15개 시도지부의 6백여명에 달하는 유급인력에 인건비로 매월 17억원에서 20억원가량 지출하고 있다. 1년단위로 환산할 경우 약2백50억원의 {최소}경상비가 필요한 실정이다.

이에비해 수입은 국고보조금 85억원과 당후원회 모금액 50억원 그리고 70여명의 당재정위원들이 내는 지정기탁금 1백억원과 기타수입 30억원등 공식적으로 2백65억원에 달하고 있다. 즉 여유자금이라고는 거의 찾기 힘들 정도다.공개되지 않은 비밀자금의 유입은 이같은 상황에서 오히려 자연스런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6공까지만 해도 청와대에서 내려오던 자금이 신정부 출범과 함께 자취를 감추었고 실명제의 실시로 그나마 의존해 오던 후원회원이나 재정위원들의 {협조}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도래, 적자경영에 들어가야 할 판까지 몰리게된 것이다.

특히 정당으로서 가장 큰일인 선거라도 닥치는 때에는 거대조직을 가동할 수있는 원동력인 {돈}이 사라짐에 따라 설상가상의 형국을 맞게 됐다.따라서 수입이 줄어든 만큼 지출을 줄이기 위해 민자당은 {군살빼기}수준을넘어선 초감량 경영체제 돌입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황명수사무총장은 [각 지구당에 매달 내려보내는 1백50만원씩의 운영비보조금을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시도지부마저 단순한연락소형태로 전환하거나 아예 폐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또한 당지도부는 당원들의 당비납부를 통해 부족한 살림을 보충한다는계획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불필요한 경비의 지출을 줄이는 것은 물론 당장 필요한 경비도 일단 줄이고다시 시작하자는 것이 당지도부의 생각이다.

**민주당**

민주당도 어려워지기는 마찬가지다. 취약한 재정상태를 감안한다면 민자당보다 더욱 다급한 위기상황이라고 볼 수도 있다.

돈많은 의원들로부터 받던 {특별당비}나 여당과는 비교가 안되지만 기업인들이 몰래 보태주던 {찬조금}의 유입이 사실상 끊어지게 됐기 때문이다.1년에 67억원의 국고보조금과 의원들이 내는 당비로 운영비를 충당해왔으나매월 1억5천만원의 적자상태를 보였는데 앞으로 적자폭이 더욱 커질수밖에없게됐다는 것이 당관계자의 말이다. 특히 {공천장사} {금배지판매}등 갖가지비난의 대상이었으나 별다른 자금동원이 어려운 야당으로서는 의존할 수 밖에 없던 전국구공천을 둘러싼 {거래}관계도 실명제로 막을 내리게 돼 사실상자금줄이 완전히 끊겨버린 상태다. 민주당도 체중감량이나 당원들로부터의당비납부등 갖가지 묘수찾기에 골몰하고 있으나 우리의 정치현실에 일대변화가 없는한 실현성이 희박하다고 보고있다.

따라서 당장 살길이 막막해진 민주당으로서는 정치자금법의 개정을 통한 기탁금제도의 공평화를 탈출구로 생각하고 있다.

92년 민자당이 1백74억원의 지정기탁금을 기록한데 반해 민주당은 민자당의1만분의 1에도 못미치는 1백65만원을 받았을 뿐이다. 민주당은 이같은 부익부 빈익빈 상태를 시정하지 않는 한 야당의 존립근거는 사라진다고 주장하고있다. 따라서 아예 지정기탁금제도를 폐지, 국고보조금의 배분비율처럼 기탁금의 일정분을 지원받는 방향으로 정치자금법의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또 현재 1인당 6백원으로 돼있는 국고보조금도 1천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할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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