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후 여야 정치관계법 협상

입력 1993-08-19 22:11:00

금융실명제의 전격 실시로 여야의 정치관계법 개정협상에도 일대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민자 민주 양당은 그동안 국회정치관계법심의특위를 통해 {돈 안드는} 정치실현을 위한 개혁입법 협상을 벌여왔으나 공리공론으로 별다른 성과없이 시간만 허비해온게 사실이다.

그러나 실명제 도입이라는 혁명적인 정치환경 속에서 싫든 좋든 생존을 위한새로운 경쟁의 틀을 시급히 마련해야 하는 상황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0...민자.민주당은 내주초 국회정치관계법특위 가동에 앞서 19일저녁 양당3역 모임을 갖고 실명제 실시에 따른 정치관계법협상의 방향과 순위조정등에관한 서로의 입장을 조율할 예정이다.

이날 모임에서는 무엇보다도 지난 16일 김영삼대통령이 여야 당3역과 가진청와대 조찬에서 총론으로 제시한 {미국식} 정당운영제도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교환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대통령이 정경유착 고리의 완전차단을 강조하면서 언급한 미국식 정당운영제도의 뚜렷한 윤곽과 함의는 드러나지 않고 있으나 민자당은 이미 이를 토대로한 개정실무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만 김대통령이 청와대 조찬모임에서 "미국의 정당제도를 잘 참고하되 특히선거제도 정치자금법 정당법등은 미국정당운영제도를 잘 참고해야 한다"고밝혔다는 점에서 정치비용을 염두에 둔 것만은 분명한 듯하다.황명수사무총장이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실명제 실시에 따라 정치권도 개혁차원에서 정치경비의 절감이 시급하다"면서 지구당 운영보조금 지원중단 방침을 선언한 것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실명제 도입에 따른 투명한 정치자금 확보와 정치비용의 절감을 위해서는 김대통령도 적시한 것처럼 정치자금법뿐 아니라 선거법, 그리고 정당법등이 획기적으로 개정돼야 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그동안 국가보안법과 안기부법을 놓고 정치적인 명분과 이해득실에만치중해온 여야의 정치관계법 협상도 이들 3개 법안에 더 큰 비중을 두게 될것으로 보인다.

0...여야 모두 오는 23일부터 본격 가동되는 국회정치관계법심의특위에서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실명제로 인해 줄어드는 정치비용의 보충방안이다.미국등 선진국처럼 당운영 경비를 당원들의 당비로 조달하는 것이 교과서적인 방법이지만 이를 우리 정치현실에 그대로 접목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는판단에 따라 기대를 하지 않고 있는 실정.

그렇다고 또다른 합법적인 돈줄인 후원회를 통한 모금도 여야 차이가 현격하고 이를 통한 자금조달에 성공한 의원들도 극소수에 불과해 자금난을 해소하는 대안은 될 수 없다는게 대체적인 견해다.

따라서 민자 민주 양당이 겉으로는 공개적인 논의를 자제하고는 있지만 유일한 활로라고 이심전심으로 여기고 있는게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의 확대.여야는 지난 대선과정에서 현재 유권자 1인당 6백원으로 인상한 국고보조금을 최대 1천원까지 올릴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으나 실명제 실시로 인한 부담을 국민에게 돌린다는 비난을 의식해 눈치만 살피고 있다.

이에 반해 기탁금제도의 개선에 대한 입장은 상당한 괴리를 보이고 있다.민자당은 현행 지정기탁금제를 존치시키는 대신 지정기탁금중 75%를 지정정당에 지급하고 나머지 25%는 국회의석이 없는 정당을 포함, 국고보조금 배분지급방식에 따라 비지정정당에도 지급해 정당간 정당자금불균형을 해소하는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상장법인의 지정기탁금제도를 폐지하고 비상장법인의 지정기탁금 가운데 30-40%를 다른 당에 배분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어 정치자금법 개정협상에서 최대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정치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양당에서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은선거공영제의 확대와 선거운동제도의 개선문제.

민자당은 이미 실명제 실시발표전부터 거의 모든 선거비용을 국가에서 부담하고 후보자는 적법한 운동만 하도록 하는 내용의 선거법개정시안을 마련하는등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합동연설회를 폐지하는 대신 개인연설회를 부활하고 정당의 당원단합대회와 사랑방 좌담회및 선거연락사무소를 금지하며 현수막까지도 폐지할 것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도 선거공영제를 확대해 유인물 발송료등을 국고에서 부담하도록 하고선거운동방식도 차량을 통한 연설회와 좌담회등 소규모 옥내집회를 허용하는방향으로 선거법을 개정한다는 입장이어서 큰 이견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그러나 현역 의원들의 사활이 걸린 선거구 조정문제는 15대 총선이 임박한시점에 가야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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