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2 대구동을보궐선거를 앞두고 이른바 {대구정서}라는 말이 유행했다. 김영삼정권이 들어선 뒤 이 지역출신 인사들이 대거 권력핵심에서 밀려나고 박준규전의장, 박철언의원등 TK인사들이 의원직을 사퇴하거나 비리에 연루돼 곤욕을 치르면서 지역주민들이 김정권에 섭섭함을 표시한 말일 것이다.그러나 {대구정서}는 그 실체유무와 근원을 두고 논란이 많았다. {대구정서}의 실재를 주장하는 측과 부재를 고집하는 측 어느쪽에서도 딱부러지게 그실체에 대해 정확한 근거를 대지 못했다.그러면 이번 동을보선결과를 놓고 볼때 동을주민들이 과연 {대구정서}에 따라 지지성향을 나타냈는가.
결론부터 먼저 말하면 {대구정서}가 동을보선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주장이 우세하다. 새정부의 개혁을 대변한 민자당의 노동일후보와 개혁의 문제점을 강도높게 비판한 민주당의 안택수후보가 모두 낙선의 고배를 들었기때문이다.
민자당의 노후보나 민주당의 안후보가 패배한 것은 여야 수뇌부의 공천잘못과 대구민심에 대한 몰이해, 선거운동과정의 무리수 탓이지 새정부의 개혁과사정을 거부하는 {대구정서}가 동을보선에 작용한 탓이 아니라는 것이다.이러한 주장에 대한 반론도 없지않다. 김영삼대통령의 취임1개월째에는 대구시민들이 높은 지지를 보냈으나 새정부의 사정작업으로 지역출신인사들이 대거 거세당하면서 동을보선을 앞두고는 지지율이 급락했다는 것이다.그러면 {대구정서}에 대한 지역 여야인사들의 입장은 어떠한가.민자당 노후보의 선거대책위원장이었던 김용태의원은 {대구정서}의 존재를부정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는 "지역인사 몇사람이 다쳤다고 대구시민들이 돌아섰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 "개혁과 사정으로 인해 피해의식을 가진지역인사들이 새정부에 대한 보호막으로 이용하기 위해 {대구정서}를 조장한인상이 짙다"고 말했다. 즉 {대구정서}가 대구시민일반의 {보편적 정서}가아니라 일부 이해계층의 {특수 정서}라는 주장이다.
반면 강재섭.최재욱.김해석의원등은 "말로는 설명이 곤란하지만 개혁과 사정에 대해 대구시민들 사이에 미묘한 정서가 내재해 있다"는 쪽이다. 이들은"대구사람 특유의 기질과 분위기"(강) "30년 집권과정에서 대구시민들이 느꼈던 불편함"(최) "30년집권에도 대구가 낙후된데 따른 허탈감"(김)등으로 {대구정서}를 정의하고 있으나 {대구정서}의 실체를 정확히 집어내지는 못하고있다.
대구지역 민자당의원들이 {대구정서}의 존재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인데반해 야권인사들은 거의 대부분 {대구정서}의 실재를 인정하는 쪽이다. 야당인사들이 {대구정서}를 부각시키려는 것에는 저의가 깔려있다.민자당을 거부하는 시민정서를 조성, 반사이익을 얻겠다는 속셈이다.민주당 안후보의 선거대책위원장이었던 홍사덕의원은 "선별사정으로 대구.경북지역인사들이 대거 숙청되고 새정부가 대구경제회생에 대한 복안은 물론 관심도 없다는 점에서 대구시민들이 김영삼정부에 대해 유감을 가진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러한 여야의원들의 {대구정서}에 대한 분석은 피상적인 보선실패의 변이거나 희망사항피력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계명대사회학과 이종오교수는 "개혁적이지 못한 인사를 공천한 민자당이나새로운 지역감정을 조장한 민주당후보가 당선되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 대구시민들이 차선이지만 현명한 판단을 한것 같다"고 동을보선결과를 평가했다.민자당 노후보의 경우 대학재학시절에도 진보적이지 못했을뿐 아니라 이번보선에서도 지나치게 {표}를 의식, 개혁의 지속적인 추진을 공약으로 제시하거나 표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안후보도 민자당에 대한 반사이익얻기에 급급, 개혁과 사정의 본질적인 문제점을 지적하지 못하고 대구.경북과 부산.경남간의 새로운 지역감정 조성을 노렸다는 것이다.
대구지역 민자당내 민주계인사들도 이교수와 비슷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노후보가 질때 지더라도 합동유세때 개혁에 대한 자기 목소리를 한번이라도 울려야했다는 것이다.
민자당동을지구당의 모 동협의회 관계자는 "노후보가 개혁을 대변하지 못한데다 선거지원나온 대구.경북지역 중진의원들의 모습도 개혁과는 거리가 있어노후보를 찍지않았다"면서 "대구정서라는 것도 이들 정치권 인사들과 지역여론주도층 인사들이 자신의 보호막으로 이용하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아무튼 {대구정서}의 실체유무를 놓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동을보선은 끝났다. 그러나 선거결과는 여야모두의 참패로 귀결됐다.
여야정치권은 {대구정서}를 두고 논란을 벌일 것이 아니라 대구시민들이 진정으로 원하고 아픈 곳을 어루만져주는 정책을 개발하는데 경쟁을 벌여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15대총선등 다가오는 여러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기약할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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