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돈으로매수한 서예대전

입력 1993-07-27 08:00:00

*예부터 화가와 서예가는 풍류를 알지 못하면 대성할 수 없었다. 풍류는 바로 그릇의 큼과 예술적 {끼}를 동시에 포괄하는 뜻으로 예술가의 근본이라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런데 요즘 화가와 서예가들에게 {풍류끼}는 좀처럼 찾아 볼수가 없다. 이른바 예술가들이 돈만 밝히는 {좁쌀}로 자꾸 왜소해 가고있는 것 같아 보기에 안스럽다. *조선조말 화가 오원 장승업(1843-1897)은주인집에서 어깨너머로 배운 그림솜씨가 안견 김홍도와 더불어 그 시대 3대거장으로 일컬어졌다. 그의 필치는 호방.대담하나 소탈했고 술에 취하면 즉석에서 그려 아무에게나 주었다. 때론 그림을 팔기도 했지만 그림을 돈으로는생각하지 않았다. *대구인 석재 서병오(1862-1935)는 시.서.화.문.금.기.도.의등 여덟가지에 능한 팔능거사로 불렸던 유명한 서예가다. 그는 기생의 속치마에는 난초를 그려주었어도 친일파의 거두 박중양에게는 "당신에게는 일본화가의 그림이 훨씬 더 어울린다"며 거절했다. 석재선생은 글씨나 문인화를좀처럼 돈과 맞바꾸지는 않았다. 그는 일생을 풍류로 살다갔다. *스승의 작품을 사서 출품하거나 심사위원을 돈으로 매수하여 대한민국 서예대전에 입상한사이비글씨꾼들이 무더기로 구속됐다. 어느 심사위원은 자신이 돈을 받고 그려준 작품을 모두 특선으로 뽑아주었다고 한다. 날이선 칼을 무사에게 주었을때와 망나니에게 주었을때를 비교해 본다. 붓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이 용케도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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