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 국정운영 방향전환 모색

입력 1993-07-12 12:36:00

새정부출범이후 당정을 완전 장악, 국정운영을 거의 독점적으로 주도해왔던민자당의 민주계그룹이 {인적자원과 국정능력}에서 한계를 느끼면서 방향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 향후 전개추이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요즘 민주계내부에서는 그동안 소외시켜왔던 민정, 공화계세력과 어떤식으로든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상당히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가장 먼저 이같은 기류가 포착되었던 것은 지난달 29일 김영삼대통령이 민자당시도지부장과의 만찬에서 행한 "나라를 위해 혼신의 힘을 바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누구든 중용하겠다"는 발언과 곧이어 김대통령이 민자당보와의 인터뷰에서 15대공천과 관련, "15대공천이라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으며 특히특정그룹이나 과거출신을 따져 공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언급인데, 정가는 향후 민정, 공화계를 포용하는 거당체제구축의 신호탄으로 해석했다.7월초에는 황명수사무총장의 능력부재와 관련, 당직개편설이 심심찮게 나돌면서 민주계인사내부에서도 {자파인물의 한계}를 들어 민정, 공화계와 손을잡을 수밖에 없다는 논의가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얼마전 민주계의 한 소장의원은 사석에서 "차기사무총장감은 민주계내부에서찾기 힘들다. 따라서 지난번 대선전 YS대통령만들기에 앞장섰던 {추대위}세력인 신민주계그룹과 어떤형태든 협력을 꾀할 수밖에 없다"는 요지의 얘기를꺼냈는데 정가에서는 그가 김대통령의 핵심측근인 점을 감안, 대통령의 의중으로 바라보고 있는 편이다.

이같은 민주계내부의 입장변화는 지난 9일저녁 최형우 전총장주최로 시내에서 민주계인사들의 모임으로 잘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이날 모임에는 강삼재,백남치, 김운환, 류승규, 손학규, 노승우의원과 이인제노동부장관, 이원종공보처차관, 박태권문화체육부차관등 10여명의 민주계핵심실세들이 모였다.이장관 이차관은 김덕룡장관의 직계브레인들이다.

이자리에서 나온 얘기중에는 {민주계의 결속강화} {최전총장의 재기도모}등여러가지가 있었지만 역시 가장 눈여겨 보아야하는 중요한 대목은 "그동안민정, 공화계가 너무 소외돼 당내 결속력이 떨어지고 있기때문에 이제는 이들을 포용해야겠다"는 내용이다.

최근 이같은 일련의 흐름속에서 김종비대표와 민정계출신당직자들이 전보다도 더 자신의 목소리를 내 주목을 끌었는데 특히 지난 3일에는 새정부출범이후 처음으로 김영삼대통령이 김윤환의원을 {독대형식}으로 식사를 같이 한것으로 확인돼, 정가는 최근의 분위기와 무관치 않을것으로 풀이하고 있다.한편 정가에서는 최근의 민주계내부의 이같은 방향선회에 대해 충분히 예상은 했지만 너무 빨리 찾아온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적잖다. 민주계독주는 최소한 1-2년정도는 진행될것으로 내다보았던 것이다. 특히 민주계인사들의 상당수가 최근까지 "김윤환의원등 민정계세력의 정치력은 끝났고 우리가 집권기간내내 주역을 맡을 것"이라고 공언하고 다닌점과는 사뭇 다른 자세이다.물론 새정부출범이후 불과 4개월정도 지나면서 김대통령의 친위부대의 능력한계는 곳곳에서 노정되어 왔다는게 사실이다.

김대통령및 민주계인사들이 사정을 주무기로 하는 부정부패척결등 정치사회분야에서의 개혁은 놀라울만한 성과를 도출해 내었지만 경제, 외교, 남북및통일분야에서는 허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중론이다.

정가일각에서는 "김대통령이 정치는 9단일지 몰라도 경제등 국가경영에서는9급도 되지 않는다" "민주계세력들이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고 권력을 쟁취하는 것은 잘하지만 국가경영은 제대로 할줄모른다"는 비아냥이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신한국의 성패가 좌우되고 있는 경제문제는 문외한에 가까운 그들그룹으로는 좀처럼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이며 사실 경제회생은 기대이하수준에서 머물면서 개혁세력들을 애태웠다. 또 황총장의 계속된 실언과 이노동부장관과 강삼재제2정조실장등의 정책혼선발언으로 민주계는 비난의 화살을집중으로 맞기도 했다.

그래서 개혁세력들의 독주와 방식에 불만을 가진 세력들은 대구동을보선이다가오자 도도히 흐르는 개혁의 물줄기를 돌리지는 못하겠지만 적잖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개혁에 대해 다시 한번 반성의 계기를 주기위해 민자당후보가 떨어졌으면 하는쪽으로 은근히 기대하는 모습도 엿보였다.결국 정가에서는 민주계가 자신들 주도의 국정운영에 한계를 느끼기 시작하면서 자발적이라기보다는 불가피한 상황때문에 타계파와의 연대를 검토했을것이란 추측이다.

어쨌든 민주계를 주축으로 하는 개혁세력들의 이같은 인식전환이 일시적인위기타개책일지, 아니면 타계파와의 협력의 시발이 될지 또 제휴가 이루어진다면 언제 어떤식의 모습으로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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