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규전의장 의원직사퇴 파장

입력 1993-07-01 12:21:00

8선의 정치원로 박준규전국회의장이 모진 한파를 이기지 못하고 끝내 정계은퇴의 길을 택했다. 재산파동으로 국회의장직을 사퇴하고 민자당을 탈당한후외유길에 나섰다가 결국 30일 의원직사직서마저 내놓았던 것이다.박전의장의 정계은퇴는 민자당내 대다수 민정공화계의원들의 마음속에 다소아쉬움을 남겨주면서 지역구인 대구동을지역을 보궐선거국면으로 빨려 들어가게 하는등 파장또한 적잖은 실정이다.특히 민자당수뇌부는 최근대구지역의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시점에 보궐선거가 치러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모습을 나타내는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동을보선이 정가의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되고 있다. 박전의장의 사퇴배경과 민자당의 반응을 살펴본다.

0...재산공개파동당시 비바람이 몰아치는 폭풍우속에서도 완강히 버티던 박전의장이 왜 돌연 의원직을 내놓았을까. 사퇴배경에 대해 구구한 관측이 나오고 있는 상태이다.

현재 박전의장은 만성피로증과 신경성고혈압등 건강상의 이유로 의원직을 내놓는다고 밝히고 있다. 우태주보좌관에 따르면 29일 저녁 미국으로부터 박전의장이 전화를 걸어와 {본인은 물론 부인도(조동완.66) 건강이 매우 안좋은상태}라면서 "평생 돌보지 못한 가족들을 정치를 위해 다시 방치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며 또 건강때문에 무작정 국회를 비워둘 수 없어 의원직을 사퇴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가는 과연 정계은퇴를 단독으로 결정했느냐 아니면 여권핵심부와사전교감이 있었느냐, 그리고 재산공개를 앞두고 정계은퇴를 한 사실로 미뤄재산재공개에 대한 두려움때문 아니겠느냐는 점이 논란의 초점이 되고 있다.여러가지 정황을 비춰보면 일단 단독결심으로 보여지며 재산재공개에 대한우려때문은 아닌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얼마전 여권의 모핵심인사는 수뇌부들에 "대구지역에서는 요즘{YS가 사람잡는 것만잘하지 경제회생등 되는게 뭐 있느냐}{이지역출신인사들만 칠수 있느냐}{민주계만 다해먹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오는등 공기가심상치 않기 때문에 박전의장을 의원직사퇴쪽으로 무조건 내몰다가는 보궐선거를 치를지도 모른다. 그럴경우 만약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개혁에상당한 타격을 주는 만큼 박전의장에게 의원직을 내놓으라고 윽박지르는 것이 능사는 아니며 박전의장을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요지의 얘기를 꺼내자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사실이 이를 잘뒷받침해주고 있다.또 박전의장의 한측근은 재산파동당시는 물론 최근까지 박전의장이 "재산형성과정에서 추호의 탈법, 불법사실이 없다며 자신의 여론재판에 엄청난 분노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화병설과 {여권에 애를 먹이기위해 의원직을 버렸다}는 시중의 소문을 설득력있게 만들고있다. 물론 건강상태의 악화가 70가까운 노인의 의지의 약화를 초래했다는 것은 충분히 추측할수 있다. 또 새정부하에서 상당기간동안 자신의 명예가 회복될 여건이 좀처럼조성되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도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특히 재산재공개와 관련, 그동안 박전의장측은 명예회복의 기회로 삼았던 점에 비춰 재산문제와는 거리가 먼 느낌이다.

어쨌든 정가에서는 박전의장이 의장직사퇴당시 "하찮은 벼슬보다 명예가 더중요한것이며 용기를 잃는 것은 모든것을 잃는 것이라는 선배들의 말씀이 떠오른다"며 "명예회복없이는 의원직은 결단코 내놓지 않겠다"고 결연한 다짐을한 점에 비춰 그의 정계은퇴를 의외로 받아 들이고 있다.

0...박전의장의 사퇴를 접한 여권핵심부는 한편으로는 뒷마무리가 말끔하게정리되어 만족을 표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예상되는 보궐선거에서의 고전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다.

현재 대구지역의 분위기가 몇달전과는 확연히 달라져 있기 때문이다. 요즘이지역에는 새정부의 개혁은 물론 YS에 대한 지지열기가 급속히 떨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궐선거를 치르게 되면 김종비대표는 물론 김윤환, 김용태의원 그리고 황명수사무총장등 중진및 수뇌부에다가 의원들도 대거투입, 총력전을 펼칠수 밖에 없으며 자연 이지역 보선은 과열된 대결모습을띠게 되어 이전투구를 통해 설령 이긴다해도 상처뿐인 영광을 남기게되고 만에하나 질경우는 새정부의 개혁흐름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하는 위험이도사리고 있는 실정이다.

여권의 한핵심인사는 "이번 대구지역의 보궐선거는 이미 치러진 6개지역의선거와는 성격이 다르며 {TK대 비TK대결}에 전국민의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분석하고 "만약 민자당이 패하는 경우가 발생할 때 문제는 매우 심각한 양상을 노출할것"이라며 걱정을 나타내고 "그러나 대구지역 분위기가 심각하더라도 마땅한 야당인사가 없고 타후보들이 난립할 경우 승산에는 별문제가 없다"고 전망했다.

한편 민정.공화계의원들 중에는 박전의장의 입장을 이해하고 있는 의원들도다수인 실정으로 이들은 현대정치사의 거물이었던 박전의장의 쓸쓸한 정계은퇴를 보면서 착잡한 심정을 가누지 못하고 있다.

김종비대표도 박전의장의 사퇴에 대해 "날씨도 좋지 않은데 좋지 않은 소식"이라면서 섭섭함을 드러냈고 "동년배의원들이 또 떠나는데 대한 감회가 어떠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세월이 흐르면서 자꾸 미끄러져 가는거지"라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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