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시원한 여름

입력 1993-06-23 08:00:00

부채질을 해주고 있던 신하에게 임금님이 일년중 가장 시원한 때가 언제인지를 묻자 신하가 대답했다."오늘처럼 푹푹 찌는 여름이지요"

감히 농담을 한다고 왕이 크게 노하자 신하가 말을 이었다."왕이시여, 우리에게 추위가 없고 더위가 없다면 그 따뜻함을 어디에서 찾고이 시원함을 어디에서 얻겠습니까?"

본격적인 장마에 앞서 찾아온 고온다습에 이곳 분지의 사람들은 벌써 많이지쳐있다. 기왓장도 녹아내릴듯한 더위속에서 폭포수같은 시원함을 마냥 기대할 수는 없다. 할일은 태산인데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에너지 절약이란 말이 무색하게 냉방기 수요가 급증한다. 온종일 냉방기에 노출되어 있다.냉방기는 실내온도를 적절하게 낮추어 일상생활을 쾌적하게 하고 능률을 높여준다. 모든 좋은 것에는 약간의 부작용이 따르듯이 냉방기도 호흡기질환,두통, 사지통, 소화불량등의 냉방증후군을 가져다준다. 냉방증후군은 실내외의 온도차에 신체조절기능이 조화롭게 따라주지 않을 때 생긴다.큰 건물의 냉방기에 연결된 환기통이 이루 말할 수 없는 먼지의 터널이라는보도가 있었다. 냉방기의 쾌적함에 가려져 있는 해악요인을 우리는 간과하고있다. 냉방기에의 과잉노출, 생각해 볼 문제이다.

냉수 한사발에 합죽선 하나로 시원하고 건강하게 여름을 보냈던 우리 선조들의 느긋함을 배워봄직하다. 부채살끝에서 일어나는 천연의 바람에 비지땀을식히며 일에 묻히는 동안 여름은 빠른 걸음으로 지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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