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한 검토없이 {한건}하러다 당한 수모

입력 1993-06-18 08:00:00

{전쟁기념관의 민족기념관으로의 추진계획 백지화}.민자당 사회개혁특위가 14일 야심작으로 자신만만하게 내놓은 민족기념관 건이 불과 사흘만에 대통령에 의해 {없었던 일}이 돼버렸다.

정책정당을 지향하고 김영삼대통령의 개혁작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구성됐다는 민자당내 사회개혁특위가 연일 신문지상을 장식하면서 터뜨린 소위 개혁안의 대표적인 부실 사례다. 특위는 룡산 육군본부자리에 건립되고 있는 전쟁기념관이 발상부터 군사문화의 잔재로 문민시대에 맞지않으며 동족상잔의 내전을 기념하기 위한 대규모 건축이 불필요하다는 점을 들어 이를 백지화 하기로했었다.

말이야 백번 옳다. 여론의 수렴도 거치지 않고 예산도 국토방위에 쓰여야할국방예산을 들여 적자운영이 분명한 전쟁기념관을 굳이 건립할 필요가 있느냐는 점은 진작부터 재고됐어야 할 부분이었다.

그러나 특위는 이보다 앞서 가장 먼저 거쳐야 할 국방부와의 협의과정을 생략했을 뿐만 아니라 바로코앞의 공사현장도 가보지 않고 서류상으로만 {공론}을 벌여 결국에는 백지화하려던 계획이 도리어 백지화되는 {수모}를 당해야했다.

특위는 소위운영이 의원들의 아이디어 차원에서 의견을 개진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땅에 떨어진 군의 사기를 감안한 배려]라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아이디어 차원에 머문 사례는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10일 내놓은 학제개편안 또한 주무부처인 교육부를 쑤셔놓은 벌집형상으로 만들만큼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명분은 뿌리깊은 부조리를 근본적으로 척결하고 교육정상화를 앞당긴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문제도 {백년대계}라는 교육을 몇사람이 그것도 교육경험조차 없는 이들의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에 불과한것이었을 따름이다. 백년은 커녕 일년도 앞을 못보는 기존의 교육정책과 다를바가 하나도 없었다.무려 13개나 되는 특위의 소위마다 회의만 하기에도 바쁜 빡빡한 일정이라는점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이같은 정책의 변화가 의원들에게는 말 한마디나글 한줄로 끝날지는 모르나 일반 국민들에게는 실로 헤아리기 힘들 정도의충격으로 와닿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들이 문민시대라고 그렇게 강변하면서 군사문화의 하방일변도의 가치관을가진것은 아닌지 스스로 반성해볼 때다. 너무 의욕만 앞서 {한건주의}에 흘러버리는 우를 다시 범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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