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 다시 계파갈등 조짐

입력 1993-06-15 12:15:00

신정부출범이후 표면적으로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이며 계파간의 '틈'을 찾기힘들었던 민자당이 비록 정책적인 분야이나마 이견을 보임으로써 다시 '한지붕 세가족'의 계파갈등에 휩싸일 조짐을 보이고 있어 정치권의 주목을 끌기시작했다.o...학생시위와 북한-미국회담문제등 현안을 논의한 14일의 민자당확대당직자회의에서 그동안 사정한파에 숨죽여오던 민정.공화계 의원들이 눈에 띄게 자기목소리를 내, "명주 양양 보선결과에 힘을 얻은것 같다"는 반응.이날 회의에서 김종비대표를 비롯한 민정.공화계 의원들은 미리 입이라도맞춘듯한 목소리로 학생운동에 강력히 대처할 것을 촉구한 반면 황명수총장,김덕룡정무장관등 민주계당직자들은 강경대처보다 대화등의 유화책사용을 주장해 분명한 입장차이를 노정.

김대표는 회의서두에서 이날 의제로 학생시위 북.미회담 예비군운영등 세가지를 제시하고 먼저 시위와 관련해 "어떤 이유로도 폭력적인 살인행위는 근절돼야 하고 패륜행위에 대해 달랜다든지 관용한다는 생각에서 이제 벗어나야한다"고 강경대처를 주장. 이에 서정화내무위원장도 학생운동의 배후세력의존재를 거론하며 이적성문제까지 제기하고 근절대책수립을 촉구.또 북.미회담과 관련해서도 김대표는 "일본이 자국을 겨냥한 '노동1호'미사일 때문인지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데 당사자인 우리는 대응이 미흡한것 같다"고 불만을 표시. 서수종정세분석위원장도 대공수사요원들의 사기제고와 안보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화답하는등 보수적인 색채에서 일치감을 표시.

민정.공화계가 이같이 한목소리로 보수강경의 노선을 전개한데 대해 민주계는 방어논리로 대응하며 유화적인 대응을 주장. 김정무장관은 "학생시위에 당과 정부가 지나치게 대응하면 국민의 자발적 공분분위기에 역효를 가져온다"며 수사진행에 따른 대책수립이라는 신중론을 개진. 황총장도 "폭력시위에 대한 엄단이 마땅하지만 질책과 동시에 그들과의 대화노력이 있었느냐도 반성해야 한다"고 말해 핵심학생들에 대한 '교정불가'입장의 서위원장과는 분명한시각차.

o...물론 이날 회의가 보여준 양상이 단순히 정책적인 분야에 그치는 것으로치부될 수도 있다. 또한 이러한 현상이 계파간의 갈등으로 조기에 비화될 것으로 보기에는 섣부른 감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길게는 대선이후 짧게는 김영삼정부출범이후 마치 '쥐죽은 듯'하던민정.공화계 의원들이 비로소 제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만이라도 정치적의미를 부여하기에 충분하다.

이런 현상이 대두된 시점이 명주 양양보궐선거의 패배직후라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데 정치권은 시각이 일치하고 있다. '포스트JP'의 선두주자로주목받던 김명윤고문의 등원실패는 곧바로 김대표체제의 유지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김대표의 위상강화는 물론 민정.공화계의 입지도 그만큼 굳어지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즉 민자당주변에서 보선결과가 나오자마자 "15대공천 물갈이의 폭이 그다지크지 않을것"이라는 얘기가 바로 나올만큼 6.11보선이 민정.공화계에 '힘'을부여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날 회의는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던 민자당에미묘한 '이상기류'가 감지된 첫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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