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돌파구 마련 기대무산

입력 1993-06-08 12:46:00

남북한 당국간의 실무대표접촉을 열기위한 남북간의 핑퐁식 제안이 우리측의4번째 대북전화통지문을 끝으로 결렬됐다.지난달 20일 남북간의 핵문제와 기타 현안문제를 협의키위한 {남북고위급회담 대표접촉}을 갖자는 황인성국무총리의 제안에서 비롯된 모두 7차례에 걸친전통문교환은 처음부터 몇가지 풀기 어려운 걸림돌을 안고 시작됐다.첫째, 황총리의 제의와 북한 강성산총리의 역제의가 모두 국제적으로 초미의관심사인 북한의 NPT(핵확산금지조약) 탈퇴선언과 미-북한간의 고위급회담과시기적으로 맞물려 있었다는 점이다.

남한측에서는 UN안보리의 경제제재조치 움직임등 국제적으로 궁지에 몰린 북한이 대내외적으로 핵문제에 대한 관심의 초점을 흐리게 하고 문제의 성격을민족내부의 문제로 포장하고, 미-북한간의 회담에서 돌파구를 모색하는 등전략적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이 제기됐었다.

이와 관련 남북회담의 내용과 형식면에서도 남북은 처음부터 팽팽한 의견대립을 보였다. 황총리의 5.20제의는 {핵문제 논의를 위한 남북고위급회담}을전제로 대표접촉을 갖자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북한은 {통일문제를 주의제로하는 최고책임자의 특사교환}을 위한 접촉을 제의했다.

북한의 제의는 미-북한간의 핵문제타결을 위한 고위급회담에 맞춰 남북간에통일문제를 논의하는 {딴상}을 차리자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남한측은 [남북간의 가장 시급한 현안문제는 핵문제이며, 이의 해결없이는 남북간의 신뢰회복이 불가능하다]며 핵문제 우선논의를 주장했다.2, 3차 전통문이 교환될때까지 쌍방은 회담의 내용과 형식면에서 다소의 접근을 보이는듯 했다. 북한의 2차 전통문에서 처음으로 핵문제논의를 수용할뜻을 비추었으나 실무접촉이 아닌 특사교환단계이후로 미루자는 단서를 달았다. 남측은 이에대해 북한의 특사교환 제의를 수용함으로써 한발짝 양보자세를 보였으나 회담초기부터 핵문제를 논의해야한다는 입장에서는 물러서지 않았다. 쌍방간의 형식상의 의견차이는 남측의 양보로 상당부분까지 해소됐으며황총리는 2차 대북전통문에서 회담의 명칭을 {남북당국간 실무대표접촉}으로수정제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핵사찰문제와 NPT탈퇴문제등에 대한 남북간의 기본입장의 차이는 결국 실무대표접촉에서 [핵문제를 협의할 것인가]에 의견접근을 불가능하게 했고, 북한핵문제를 남북당사자간 협의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려던 우리측의기대도 무산되고 말았다. 우리측은 결국 북한이 핵문제를 남북당국간의 협의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다는 결론에 접근했으며, 공은 다시 미국뉴욕에서 속개될 것으로 알려진 미-북한간의 3차회담으로 넘어갔다.

송영대통일원차관은 8일 실무접촉대표 파견의 뜻을 담은 전화통지문을 보낸직후인 7일 오전, 북한이 핵문제협의를 특사교환 이후로 미루려는 의도를*NPT탈퇴시한에 임박 UN제재조치등 예상되는 파국적 상황을 모면키위해 문제를민족내부문제로 부각시켜 국제적 압력을 모면하고, 정상회담제의로 핵문제를우회할 출구를 마련하려한다 *핵문제를 남북간의 다른 현안문제와 함께 취급,문제해결을 지연시키고 심각성을 약화시키려한다 *새정부의 통일의지를 탐색하고, 핵문제관련 국제적 공조체제를 시험하려한다 *미-북한고위접촉에서NPT탈퇴철회문제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 NPT탈퇴시한인 6월12일을고의적으로 넘기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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