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부패의 사슬끊기

입력 1993-06-08 08:00:00

오래 전, 우리들의 잡담 속에 우리나라에서 촌지를 받지 않는 직종이 무엇일까가 화제가 되었는데, 한 친구가 기발한 생각을 해냈다는 듯, 아마도 외딴섬의 등대지기가 아닐까라고 말했다. 우리는 참 그럴듯하게 여겼다. 소년소설에서나 나옴직한 그 그지없이 외로운 사람들은 누가 기억하며 무슨 덕을 보자고 뇌물을 쓰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다른 한 사람이, 그건모르는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해상보험회사에서 정기적으로 감사의 표시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낙도의 외진 사람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는 점에 안도감을 느끼면서도 세상물정 모르는 우리의 빈약한 상상력을 두고 함께들 웃었다.얼마 전의 보도로는, 구청(구청)에는 삼십 몇개의 과가 있는데 9할이 백화점의 영업과 관련을 갖는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관내의 백화점은 그 모두에 촌지를 바쳐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백화점만 애꿎은 신세가 되는가. 역시 아니라는 것이다. 그 백화점은 거기에 납품하는 숱한 거래처로부터 어떤형태로든 커미션을 받으니까 걱정해주지 말라고 한다. 아마도, 그 많은 거래처들과 납품업체들도 비슷한 촌지의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거대한 먹이사슬 연상-이 연결고리를 상상해보면, 아메바로부터 고래에 이르는 생물의 거대한 먹이사슬이 연상된다. 먹고 먹히며 자연계의 목숨들이 세계의 질서를 지켜나가듯이 부패의 커넥션이 사람과 사람의 관계선이 되어 우리사회가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먹이사슬의 끈이 잘 붙어 있어야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듯이 거미줄보다 더 치밀하게 얽힌 관계의 연계선이잘 이어져야 우리 사회의 경쟁자도 살아남을 수 있게 된다. 다만 먹이사슬과부패의 고리가 다른 점은, 앞의 것이 뭇 생명들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뒤의 것은 당연히 제거해야 할 왜곡되고 부정적인 구조의 끈이라는 점이다.새 정부의 야심적인 사정과 개혁의 작업이 정계, 관계, 교육계, 군부로부터드디어는 사정을 맡아왔던 검찰에 이르기까지 확대되었고 그 작업은 없이 추진된다고 천명되고 있다. 이란, 말을 바꾸면 을 가리킨다. 수준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 한국인 전체가 이 부패에 관여해왔고, 권력의 중심부로 갈수록 그 부패의 정도가 그만큼 심각하리라는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닐 것이다. 거대한 먹이사슬과 같은 부패의 사슬 구조가 우리 사회를 엮어 그나름의 방식으로 우리를 지탱시켜왔기때문이다. 그 사슬은 순환논법의 고리를 끊는 논리의 칼처럼 단절적인 척결을 하지 않으면 잘리지 않는다.

반드시 성공해야-지금 진행되고 있는 위로부터의 사정들이 부패의 사슬을 끊는 칼로서는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이지만, 그 순환의 고리를 근원적으로 끊어낼 수 있을지 어떨지는 모른다. 사슬을 완전 제거하기 위해서는 국민 의식의총체적인 변화와 그것의 제도화 등 여러가지가 필요할 것이고 거기에 성공한다면 말의 바른 뜻에서 이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 분명한 것은 어떤 방법으로든 그 사슬 끊기에 성공해야 한다는 것. 그렇지 않으면우리는 거대한 먹이사슬에 희생되듯 부정부패의 사슬에 목이 죄여 사회적 퇴화에 말려들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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