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우리의 책

입력 1993-06-07 08:00:00

책이라는 한자는 책의 모양을 본뜬 글자이다. 고대의 중국에서 대나무를 납작하게 쪼개어 거기에다 글자를 쓴 것을 죽간(죽간)이라 했다. 이 죽간이 여러장이 되면 죽간의 한쪽에 구멍을 뚫고 가죽끈을 넣어 차례대로 묶었는데 그모양을 나타낸 것이 책이라는 상형문자이다. 지금의 양장본은 책등을 접착제로 붙여 제본하지만 우리의 전통적인 고서는 실을 여러가닥 겹쳐서 꼰 노끈으로 책등이 묶여있다. 고서를 꺼내어 자세히 관찰해보면 책등을 묶은 구멍의수가 다섯임을 알 수 있다. 이 다섯구멍은 우리 고유의 제본방식으로써 견실하고 균형잡힌 책의 형태를 유지하게 해준다. 또 오행, 오방, 오음등에 쓰인오의 의미와 서로 통하는 점이 있다.책을 보관할 때 양장본은 세워서 꽂아두는 것이 적합하지만 고서는 한지의부드러움으로 인해 세워두면 책이 굽거나 형태가 일그러진다. 고서는 세우는것이 아니라 한권 한권을 포개어 서가에 얹어두기에 알맞다. 고서는 책을 읽을때 책상위에 놓는 모양이나 서가에 얹어놓는 모양이 한결같다. 닥나무로 만든 한지는 습기에 강하며 질기고, 벌레의 침해를 적게 받아 수백년이 지나도변함이 없다. 일제시대때 나온 양장본의 책은 수십년밖에 안되었는데 벌써그 종이가 바스라져 만지기가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우리의 고서는 이삼백년이 지난 것도 종이의 색깔만 약간 바랠뿐 그 형태가 온전하며 종이의 질감까지도 고스란히 손끝에 느껴진다. 인간이 만든 가장 위대한 발명품인 책을 우리 조상들은 그야말로 책답게 만들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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