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 ‘하이 리스크’ 후보들 난립한 대선판

입력 2021-09-27 18:41:30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의 국회 연설은 문재인 정권 사람들의 부박(浮薄)한 사고를 다시금 확인시켜 줬다. 그는 유엔 무역개발회의(UNCTAD)가 한국을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격상시킨 것을 두고 "문재인 정부는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만든 정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잘되면 내 덕, 잘못되면 남 탓하는 게 이 정권 사람들의 고질병이다. 정권이 끝나가는 순간까지 겸양(謙讓)을 찾을 수 없다. 역사는 축적(蓄積)이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들이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올라선 것은 73년에 걸친 축적의 결과다. 국민의 피와 땀, 눈물이 응축돼 선진국으로 도약했다. 이를 도외시하고 문 정부만의 공(功)으로 돌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달리게 한 두 바퀴는 국민과 역대 대통령들이었다. 둘이 환상적인 팀워크를 이뤘다. 좌우(左右)를 막론하고 대통령들은 나라가 나아갈 방향을 국민에게 제시했고, 국민은 인내하고 희생하며 분골쇄신했다. '후손에게 더 나은 나라를 물려주자'는 마음으로 힘을 합친 덕분에 가난에서 벗어났고, 선진국이 됐다.

내년 3월 대통령 선거에 나선 인사들의 언행과 인성, 자질, 비전 등을 살펴보면서 이 나라에 대통령 복(福)이 다한 것 아니냐는 생각에 이르게 됐다. 이런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겨도 되느냐는 의문이 생긴다. 선진국이 된 나라를 보다 더 낫게 만들기는커녕 퇴보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대통령에 근접했다는 여야 후보들 대다수가 위험투성이다. 하이 리스크(high risk) 후보들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지율 1·2위를 다투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대장동 게이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고발 사주 의혹에 휩싸여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임기 내내 이 문제들이 따라다닐 것이다.

뭐를 주겠다는 후보들이 난립(亂立)한 것도 국가와 국민에겐 위험한 일이다. 여야 가릴 것 없이 후보들은 포퓰리즘 공약을 내놓는 데 혈안이다. 재원 마련에 대한 고민은 없이 표만 얻으면 그만이란 행태다. 아예 포퓰리스트를 자처하는 후보까지 있다. 지금 이 나라에 필요한 대통령은 국민에게 뭐를 주겠다는 사람이 아니다. 그렇게 할 수도 없다. "나는 오직 피와 수고, 땀과 눈물 외에 국민께 달리 드릴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처칠처럼 현실을 정확하게 알리고, 다시 한번 뛰자며 국민을 격동(激動)시킬 대통령이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잘못한 것이 국민을 갈라치기 한 것이다. 이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할 대통령 후보들이 표를 얻으려고 갈라치기 하는 것도 위험한 일이다. 민주당 후보들은 '대깨문' 지지 얻기에 열을 올리고, 국민의힘 후보들은 반문(反文) 구호만 외쳐 댄다. 4년 동안 갈라치기로 나라가 두 쪽이 났는데 5년 더 갈라치기를 하면 나라는 산산조각이 날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링컨처럼 국민을 통합하는 대통령이다.

어느 선거보다 대통령 선거가 중요하다. 5년 동안 국민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대통령 한 사람 때문에 나라와 국민 삶이 만신창이가 된 것을 생생하게 체험했다. 대통령을 뽑는 선택 기준이 여럿이겠지만 리스크가 많거나, 뭐를 주겠다거나, 갈라치기 하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서는 안 된다. 누구는 내년 대선을 '에일리언 대 프레데터' '악당 대 악당'의 싸움이라고 했다. 누가 이기든 나라의 미래가 어둡다는 뜻이다. 대통령 복이 다한 이 나라의 앞날이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