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터치)반값 골프장 건설 논란

입력 2007-08-14 07:40:26

현재의 반값 수준으로 이용할 수 있는 이른바 반값 골프장을 건설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아이디어 단계에서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실현 가능성이 의문시되는 탁상공론이라거나 효율이 극히 떨어지는 생색내기 정책이라는 여론의 비판이 따갑다. 여론조사 결과 국민 정서도 절반 이상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연내에 구체적인 추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하지만 구호에 그칠 공산이 크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반값 골프장 건설이 제기된 배경과 현실적인 문제점, 개선 방향 등은 물론 반값 골프장 건설 방안이 포함된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종합대책에 대해서까지 이해와 고민을 넓혀야 한다.

▨ 왜 반값 골프장인가

서비스 수지 적자가 2003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 올 상반기 100억 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자 정부는 2단계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종합대책을 7월 말 발표했다. 대책은 크게 반값 골프장 건설과 요트, 크루즈 등 고급 해양관광 기반 마련으로 나뉘는데 핵심은 골프장이다. 이는 서비스 수지 적자의 주요인이 골프, 교육, 의료 등 3개 분야인데 교육과 의료는 단기간에 국내 수요로 돌리기 어렵지만 골프는 가능하다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골프장은 현재 251개로 미국의 1만5천400개, 일본의 2천440개 등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 이용료도 비싸 해외 소비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정부가 골프장 건설과 운영에 따른 부담을 완화시켜 저렴한 골프장 공급을 늘리기로 한 것이다.

방법은 이렇다. 경작환경이 열악한 농지를 농민이 현물출자해 주식회사를 결성,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면 샤워실 등 의무적 부대시설 설치를 자율화하고 법인세·지방세 감면, 진입로 건설비 지원 등을 통해 부담을 덜어준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수도권의 경우 평균 19만 원(18홀 기준)인 이용료를 10만 원 밑으로 끌어내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정부는 관계 부처와 전문가로 팀을 구성해 10월까지 구체적 시행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 건설 현실성 있나

골프장 공급 확대는 몇 년 전부터 정부가 욕심을 내온 정책이다. 그러나 걸림돌이 한둘이 아니어서 쉽사리 추진되지 못했고, 지금도 장애는 여전하다.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먼저 건설 비용 대비 수지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9홀짜리 골프장 하나를 짓는 데 400억~500억 원이 들고 여기서 40%에 이르는 땅값이 평당 10만 원 이하여야 수지를 맞출 수 있는데 수도권의 경우 한계농지라고 해도 이미 평당 20만 원을 넘어 반값 이용료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한다.

'골프장을 어디에 건설하든 건설공법이 정해져 있다. 그래서 시공비와 관리비용도 골프장마다 대동소이하다. 9홀 퍼블릭 골프장을 공급한다 해도 시공비와 관리비가 드는 것은 여느 골프장과 마찬가지다. 골프장이 한없이 많이 공급된다 하더라도 세금 외 드는 비용이 너무 많아 사용료를 줄이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신문 칼럼)

골프장이 부족하다는 정부의 진단 역시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한다. '이미 노무현 정부는 집권 초기 130여 개 수준이던 골프장을 현재의 270개로 늘렸다. 현재도 100여 개의 골프장이 건설 중이며, 계획 중인 골프장은 수백 개에 이른다. 환경단체들은 골프장의 환경적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지만, 수년째 단 한 개도 막아낼 수 없었다.(중략) 골프장이 두 배로 늘었음에도 해외 골프 관광객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해외여행은 국내에서 골프를 칠 수 없는 겨울에 집중되기 때문에, 골퍼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잠재적 해외골프여행자만 늘릴 뿐이다.(환경운동연합 논평)

일본의 사례를 드는 것도 잘못됐다고 한다. 일본이 1990년대에 장기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골프장을 무더기로 지은 건 사실이지만 2000년대 들어 한 해 평균 100개꼴로 도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 해외 소비 국내로 돌릴 수 있나

반값 골프장 건설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골프가 점차 대중화하고 있는 마당에 지금 우리나라의 골프장 여건에서는 해외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현실이므로 어떻게든 개선이 필요하다는 원칙적 찬성론은 곳곳에서 눈에 띈다.

'골프는 이제 대중화 시대에 접어들었다. 연간 골프장 내장객만 2000만 명에 이른다. 그런데도 회원권 한 장에 14억 원 넘게 거래하고 수억 원짜리는 주말 부킹마저 제대로 안 되는 처지라면 진작 대책을 서둘렀어야 한다. 그 수요를 인근 동남아와 중국, 일본 골프장들이 메워가는 현실을 언제까지 방치할 수는 없다.'(신문 사설)

이 같은 견해들은 대개 반값 골프장 현실화를 위해 더욱 과감한 지원을 주장한다. 특히 세제 면에서 특별소비세뿐만 아니라 취득세, 보유세 등의 부담을 훨씬 덜어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재정경제부도 세제변화 없이는 골프장 등 서비스산업 활성화가 어렵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회원제 골프장에 대해 보유세 부담을 완화해주고 특소세 폐지 등을 검토하겠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이런 구상을 실행하려면 종부세를 포함한 세제 전반에 걸친 개편이 불가피하다.'(신문 사설)

그러나 이런 분석은 해외골프 수요의 발생 원인이 싼 비용뿐만 아니라 계절적 요인, 부대 서비스 등과도 관련됐다는 사실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 골프는 절대로 대중화될 수 없는 운동이다. 국토가 좁아 토지가격이 높고, 산악이 많아 대규모 환경파괴가 불가피하며, 혹독한 겨울엔 이용이 어렵기 때문에, 골프 이용자들은 당연히 상당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환경운동연합 논평)

더욱이 수도권과 지방 골프장 사이에 지금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각한데 수도권을 중심으로 반값 골프장이 공급되면 해외 소비를 돌리기는커녕 지방 골프장 위기만 가속화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돈 많은 서울 사람들이 골프도 많이 친다. 지리적 근접성 때문에 주로 수도권을 찾는다. 국세청이 7월 30일 발표한 골프장 회원권 기준시가가 그것을 말한다. 상위 10위는 모두 경기도에 있고 기준시가도 7억 5천250만~14억 7천600만 원으로 아주 높다. 그러나 남부지방은 2억~3억 원에 불과하다. 경기도에는 골프장이 103개나 있다. 여기에다 13개가 공사 중이고 14개가 곧 공사에 들어간다.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영-호남과 제주도 골프장은 경영상태가 더 나빠질 판이다. 결국 논밭에다 골프장을 지을 곳도 경기도뿐이란 소리다.'(신문 칼럼)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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