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래도 책 속에 길이 있다

입력 2021-10-23 06:30:00

윤일현 지음/ 학이사 펴냄

좋은 시를 암기하는 것이 좋은 시를 쓸 가능성을 훨씬 높여 준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사진은 시낭송 아카데미의 모습. 매일신문 DB
좋은 시를 암기하는 것이 좋은 시를 쓸 가능성을 훨씬 높여 준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사진은 시낭송 아카데미의 모습. 매일신문 DB
윤일현 지음 / 학이사 펴냄
윤일현 지음 / 학이사 펴냄

교육평론가로서의 윤일현이 독서를 통한 수재 만들기 비책인 '그래도 책 속에 길이 있다'를 펴냈다. 책 읽기를 통한 정서교육, 문학작품이 주는 감동을 통한 자발적인 학습 의욕 고취에 관심을 갖고 교육현장에 적용한 방식과 실제 사례를 모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저자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 특히 코로나19 이후에는 '창의력'과 '상상력'이 더욱 강력한 생존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다만 '창의력'과 '상상력'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그냥 초원을 자유롭게 뛰어다닌다고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책을 많이 읽으라고 해서도 안 된다. 외려 혼자만의 시간이 필수임을 강조한다. 본문에서 그는 "성장 과정에 있는 아이들에게 물리적, 심리적인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혼자 돌아다니며 스스로 찾아서 공부하고, 숲이나 모래톱에 친 텐트 속에서 혼자 빈둥거릴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유소년 시절 자기만의 다락방에서 자유롭게 공상하며 자신을 달래고 치유하는 법을 터득한 아이는 지적 호기심과 모험심을 평생 유지할 수 있고, 삶의 과정에서 수시로 찾아오는 무기력의 포위망에서도 쉽게 벗어날 수 있으며, 일상을 자신 있게, 자율적으로 끌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시(詩) 쓰기'를 해결책 중 하나로 제시한다. 시대가 요구하는 감성, 창의력, 상상력 등을 배양하기 위해 "시를 읽고 쓰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고 주장한다. 조만간 맞게 될 노동없는 시대 또는 노동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되는 시대에 의미있고, 가치 있고, 재미있고, 창조적인 삶을 살길 원한다면 청소년기에, 아니 인생의 어느 시기든 상관없이, 반드시 시를 읽고 쓰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단언한다.

비책으로 공개되는 '암창'(暗唱)에도 눈길이 간다. 무엇을 맹목적으로 암기한다는 것은 구시대의 유물 같지만, 시 암기는 다르다는 조언이다. 그는 "한국의 대표적인 현대시 100여 편을 암기하면 은유의 대가가 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문학적 감수성을 타고난 아이는 시인이 될 수도 있다. 시 창작 교실에서 시 쓰는 요령과 기교를 배우는 것보다는 좋은 시를 암기하는 것이 좋은 시를 쓸 가능성을 훨씬 높여준다. 시 읽기와 암기는 아이의 머리와 가슴, 뼛속에 은유라는 생각의 도구를 깊이 심어주는 것이며, 창의력 배양을 위한 지적 근력을 강화해 주는 것이다"라고 알려준다. 232쪽. 1만3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