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종량제봉투에 허리 휘는 노동자들…"배출 용량 준수하는 시민 의식 필요"

입력 2021-09-28 18:00:35

대구 서구 75ℓ 종량제봉투 조례안 마련
일각에선 실효성 낮다는 지적도…"주민 의식 개선 필요해"

27일 오후 11시쯤 한 청소노동자가 100ℓ 종량제봉투를 옮기고 있다. 최혁규 기자
27일 오후 11시쯤 한 청소노동자가 100ℓ 종량제봉투를 옮기고 있다. 최혁규 기자

"생활폐기물을 운반하는 사람들은 보통 근골격계 질환을 고질병처럼 달고 삽니다. 100ℓ 종량제 봉투 무게가 웬만한 성인 무게 정도 되는데, 적어도 하루에 30~40개 정도 이걸 처리하다 보니 손목이 남아나질 않습니다. 한 달 병원비만 30만원 정도입니다."

27일 오후 10시쯤 대구 서구의 한 거리에서 만난 청소노동자 A(50) 씨는 손을 보여줬다. 덕지덕지 붙은 파스 위에 압박 붕대가 감겨 있었다. A씨는 "100ℓ 봉투에 관한 하소연을 계속해왔지만, 위탁업체 소속이라 우리 의견은 묵살되기 일쑤였다"며 "늦었지만 이제라도 75ℓ 종량제봉투가 마련돼 다행이다"고 했다.

청소노동자의 근골격계 질환 호소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달 말 대구 서구의회에서 75ℓ 종량제 봉투를 도입하는 조례가 통과됐다. 하지만 75ℓ 종량제 봉투가 도입되더라도 '시민의식'이 개선되지 않으면 문제 개선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7월 대구시는 8개 구·군과 협의해 내년부터 100ℓ 종량제봉투 사용을 하지 않도록 합의했다. 이는 지난해 말 범정부 차원의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필수노동자 보호·지원대책 발표'의 후속 조처의 일환이다. 당시 환경미화원의 신체적 부담을 가중하는 대용량(100ℓ) 종량제 봉투의 사용 제한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8개 구·군 중 관련 조례가 없는 기초지자체에서는 조례를 만들어 75ℓ 종량제 봉투 제작의 근거를 마련했다.

지난달 말 대구 서구를 마지막으로 8개 구·군의 75ℓ 종량제 봉투 도입 관련 조례가 완비된 상황이다. 조례를 대표 발의한 이주한 대구 서구 의원은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는 100ℓ 사용이 편리할 수 있다. 하지만 종량제봉투를 처리하는 환경공무직 직원들이 근골격계 질환이 고질병인 점을 고려해 볼 때, 시민들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7일 오후 10시쯤 대구 서구 평리동 인근 전봇대에 100ℓ 종량제 봉투에 쓰레기가 가득 담긴 모습. 최혁규 기자
27일 오후 10시쯤 대구 서구 평리동 인근 전봇대에 100ℓ 종량제 봉투에 쓰레기가 가득 담긴 모습. 최혁규 기자

일각에서는 종량제 치수를 낮추는 게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있다. 문제는 100ℓ 종량제 사용뿐만 아니라, 종량제 봉투 수용 범위를 초과하는 중량이기 때문이다. 100ℓ 종량제 봉투 중량은 25㎏이다.

한 위탁직 청소노동자는 "100ℓ 종량제 중에서 상당 부분이 허용무게, 부피를 넘는다. 이를 초과 하더라도 처리를 안 할 수 없어 일단 수거한 후 주의해 달라고 문구를 써놓지만, 그때 뿐이다. 또한 가끔 돌이나 섬유뭉치 등 무겁고 수거가 안 되는 물품이 담긴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에 쓰레기를 배출하는 시민 의식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배동호 대구시환경공무직노동조합 서구지부장은 "쓰레기를 버리는 시민 의식 개선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봉투 용량만 줄인다고 해서 종사자들의 근골격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종량제 봉투 내에 배출해선 안 될 것들이 많다. 주민들이 종량제 치수를 조절한다고 해서 쓰레기를 주민들이 제대로 버리진 않는다"고 말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현재도 허용 용량, 무게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경고문구를 붙이는 등 처리 지연 방법을 적용하고 있지만, 그렇게 하면 주변에서 민원이 제기되기 때문에 대체로 종량제 봉투에 들어온 건 웬만하면 처리하려 한다"며 "다만 11월부터 100ℓ 종량제 봉투 사용이 중단된 후에 구·군에서 무게와 허용 용량을 포함해 다양한 방법으로 홍보를 진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