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지인모임發 집단감염에…때 아닌 ‘외국인 포비아’ 고개

입력 2021-09-28 17:01:11 수정 2021-09-28 17:39:19

외국인 확진자 폭증세…부모들 "다문화가정 아이도 있는데 유치원·학교 보내도 되나"
전문가 "특정 집단 한데 묶어 혐오·기피하는 현상 지양돼야 마땅"

28일 0시 기준 대구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26명 발생한 가운데 이날 오전 달서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지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28일 0시 기준 대구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26명 발생한 가운데 이날 오전 달서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지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대구에서 외국인 확진자가 코로나19 확산세를 이끌면서 때 아닌 외국인 기피 현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지역감염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외국인 지인모임 관련 집단감염은 지난 20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뒤 28일 0시 기준 414명으로 폭증했다. 관련 확진자 중 365명이 외국인이며 이 중 317명이 베트남 국적이다.

일상에서는 외국인이나 다문화 가정 자녀를 향한 눈총도 감지된다. 학교나 유치원 등에 다문화 가정 아이가 있을 경우 가정보육을 하겠다는 부모들도 적잖다.

실제로 지난 27일에는 동구와 수성구 소재 초등학교에서 베트남 지인모임 관련으로 학생들이 각 1명씩 확진되면서 같은 반 학생들이 검사를 받기도 했다.

주부 A(34·대구 달서구 이곡동) 씨는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 같은 반에 다문화가정 자녀가 있어 당분간은 가정보육을 하기로 했다. 다른 부모들도 유치원에 보내도 될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외국인 확진자가 계속해서 나오는 상황에서 또래와 단체생활을 하는 곳에서는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달서구의 한 중학교 교사 B씨는 "지난 5월 라마단 기간 달성군 이슬람사원에 다녀간 외국인 확진자가 쏟아졌을 때도 라마단 행사 참가자 자녀의 등교 여부를 놓고 학교에서 고민한 적이 있다"며 "학생들끼리는 혐오나 기피 현상이 없을지라도 아이를 보내는 부모 입장에선 더 예민한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외국인 관련 주점과 식당들을 중심으로 재난문자 발송이 이어진 점이 이러한 외국인 기피 현상에 불을 댕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역당국은 외국인 지인 모임 관련 집단감염이 지역사회로 전파 차단하는 것을 막기 위해 출입자 명부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시설에 대해 적극적으로 재난문자를 전송하고 있다. 다중이용시설 출입자 수기명부나 QR체크인, 안심콜 등 기본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게 현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외적으로 식별가능한 공통점이 있다고 해서 이들을 한데 묶어 감염원으로 치부해 버리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중국을 코로나19 사태의 근원으로 보고 아시아인을 향해 무분별한 혐오와 증오범죄를 쏟아낸 바 있는데, 이런 현상이 한국 사회에서도 반복되고 있다는 염려다.

육주원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특정 집단이 다수의 감염원으로 확인되거나 특정 집단 내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을 때 해당 집단 자체를 문제시하는 경향은 계속 있어왔다. 대구에서도 지난해 신천지라는 종교 자체가 감염병의 근원으로 낙인찍히는 현상이 있었다"면서 "생김새와 피부색이 다르다고 해서 외국인들을 일반화시켜 구분 짓는 점은 문제다. 시기에 따라 특정 집단에서의 감염 발생은 많아질 수도 적어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집단을 일반화해서 감염원으로 취급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