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 접종대상에 포함됐지만…"출산 후 맞겠다" 백신 공포 여전

입력 2021-09-28 16:29:39 수정 2021-09-28 16:41:34

백신 부작용, 태아 건강에도 영향 있진 않을까 우려
‘임신 중 접종’보다 ‘출산 후 접종’을 선호

27일 대구시민체육관에 마련된 북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한 시민이 백신을 맞고 있다. 정부는 이날 12~17세 소아청소년, 임신부에 대한 자율접종 및 고령자, 의료진 등에 대해 추가접종을 다음 달부터 시작하는 코로나19 4분기 백신 접종 계획을 발표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27일 대구시민체육관에 마련된 북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한 시민이 백신을 맞고 있다. 정부는 이날 12~17세 소아청소년, 임신부에 대한 자율접종 및 고령자, 의료진 등에 대해 추가접종을 다음 달부터 시작하는 코로나19 4분기 백신 접종 계획을 발표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정부는 오는 4분기 코로나19 백신 접종대상에 임신부를 포함했지만, 정작 임신부들은 접종에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접종 부작용 사례가 끊이지 않고, 태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하는 이유에서다. 아예 출산 후 접종을 계획하는 임신부들도 있다.

28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임신부 약 13만6천 명은 내달 8일부터 백신 사전 예약을 통해 백신을 맞을 수 있게 됐다. 같은 달 18일부터 접종을 시작할 백신의 종류는 화이자 또는 모더나로 알려졌다.

그동안 임신부들은 백신의 안전성을 이유로 접종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다 지난 7월 임신부 접종계획이 검토됐고 대한산부인과학회에서도 질병청에 임신부의 백신접종을 요청했다. 또 지난달 예방접종위원회도 백신의 안전성이 높아진 데다, 임신부가 코로나19 고위험군에 속한다는 이유로 이들을 접종대상자에 포함했다.

백신 접종이 한 달도 안 남았지만, 임신부들 사이에선 접종을 두고 불안하다는 분위기다. 정부에서 백신 안전성을 검토했지만, 임신부에게 백신이 얼마나 안전한지 여부가 미지수인 탓에 접종을 주저하는 모양새다.

11월 출산을 앞둔 김모(29) 씨는 "백신 접종에 따른 부작용은 미열부터 사망까지로 알고 있다. 임신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이상 반응이 나타나는데, 상대적으로 면역력이 약한 임신부들에게는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면서 "임신부가 접종해도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연구 결과들이 충분하다면 접종을 꺼리지 않겠지만, 현재로선 접종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임신부들은 무엇보다 백신을 접종함으로써 태아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우려하고 있다. 백신을 접종하고 나서 미열 등 각종 이상반응이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는데, 이 같은 증상들이 태아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임신 20주 차인 서모(33) 씨는 "백신을 접종하면 태아에게도 항체가 생긴다는 말이 있던데, 같은 논리로 부작용도 태아에게 고스란히 전해질 수 있는 게 아니냐"면서 "태어날 아이 건강을 위해 항생제가 조금이라도 들어간 약도 안 먹고 있다. 임신부는 홀몸이 아니다. 부작용이 생겼을 때 태어날 아이에게도 영향이 미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아예 출산 후에 백신 접종을 계획하기도 한다. 출산 후 면역력이 회복됐을 때 접종하는 게 더욱 안전하고, 태아도 접종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임신부 박모(36) 씨는 "임신 중기에 백신을 접종해도 되는지 물어봤다. 병원에서 임신부와 태아 모두 안전하다는 보장은 없다면서 출산 후 접종을 권했고, 이를 따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4분기 접종대상에 임신부들을 포함했어야 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통상 임신 기간은 40주 내외인데, 이 기간을 버티고 난 후에 접종해도 늦지 않다는 주장이다. 박씨는 "정부는 임신부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출산 후 접종을 권해야 한다. 몸 상태가 안정적이지 않은 임신부들을 굳이 접종대상에 넣은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단순 접종률을 올리기 위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