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과 전망] 지자체 예산으로 ‘한계 대학’ 살리겠단 말인가

입력 2021-09-28 18:00:00

이석수 서부지역본부장

경상북도가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기본역량진단 평가에서 탈락한 도내 대학 7곳에 638억 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들 대학은 2022년부터 3년간 정부로부터 각종 사업에 대한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해 학교 운영이 더욱 어렵게 됐다. 재학생에 대한 국가장학금 및 학자금 대출에는 영향을 받지 않지만, 신입생 모집에는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대학의 위기가 해당 학교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구경만 할 수 없는 처지다. 경북도는 이들 대학에 다니는 학생 가운데 국가장학금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시군 장학금을 주기 위해 2025년까지 500억 원의 장학기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2023년까지 특성화 교육과 창업 인프라에 55억 원을 투자하고, 캠퍼스 혁신 환경을 조성하는 데도 2024년까지 83억 원을 들일 계획이다. 존폐 위기에 놓인 지방대에 대한 '경북형 대학 발전 전략 방안'이다.

하지만 지역 대학가에서는 '한계 대학'에 대한 자자체의 직접 예산 지원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며, 다수 지역 대학의 공멸(共滅)을 초래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가장학금을 못 받는 학생을 위한 500억 원 장학기금 부분이 그렇다. 국가장학금은 가계 소득 규모에 따라 1~8분위 학생을 대상으로 지급하고, 상위층인 9, 10분위 가정 학생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그런데 지자체가 예산을 지원하는 대학들의 신입생은 가계 형편에 관계없이 모두가 장학금 수혜자가 된다. 따라서 기본역량진단 평가에서 통과한 대학의 입학생들은 역차별을 받는 셈이다.

경북의 한 전문대학 관계자는 "구성원들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감내하면서 학생 교육과 취업을 위해 노력한 대학은 뭐냐"라고 반문하며 "오히려 기본역량진단 탈락 대학들은 전체 학생 등록금 공짜를 홍보하며 신입생 모집에 유리하게 됐다"며 허탈해하는 모습이다. 입학 자원을 모든 대학이 나눠 가지면 함께 무너진다는 얘기다.

대학 위기 경보는 어제오늘 예고된 바가 아니다. 근본 원인은 학령인구보다 모집 정원이 월등히 많아서다. 전국 대학 미충원 규모는 2021년 7만6천 명, 2022년 8만5천 명으로 매년 증가해 2025년에는 12만1천 명가량으로 예상된다.

전국적으로 난립한 대학의 수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 모두가 알고 있는 근본적인 해법이다. 이러한 옥석(玉石) 가리기가 교육부가 시행하는 기본역량진단 평가라는 잣대지만 지방대학에는 가혹한 현실이다. 수도권 중심의 사회 시스템에서 지방대학만 오롯이 희생되는 구조다.

물론 지금처럼 백화점식 학과 구성과 교육부 지원에 기대어 자체 개혁을 외면해 온 상당수 지방대학에도 책임은 있다. 안타깝지만 한계에 달한 대학은 설립자에게 출연금을 돌려줘서 퇴로(退路)를 열어주는 냉철한 현실 인식도 필요하다. 이러한 대학의 자산은 지역사회 공공재로 활용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 학령인구 감소에 비례해 수도권 대학부터 정원 감축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전국의 지방대학과 지자체들이 힘을 결집해야 한다.

또한 지방대학에 인재가 많이 모일 수 있도록 종합적인 제도 마련을 요구해야 한다. 공공기관 채용에서 해당 지역 대학 출신자를 적어도 50% 이상 선발하도록 법제화하고, 재직 및 퇴직 근로자의 재훈련을 전담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지방대 외국인 유학생에게 졸업 후 지방 산업단지에서 일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취업비자를 주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