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샤인머스켓 광풍

입력 2021-09-27 18:40:54 수정 2021-09-27 19:18:47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과일의 제왕은. 사람마다 좋아하는 과일이 다르기에 생산량이나 판매량 등을 비교해 최고 과일을 선정할 수 있을 것이다.

포도는 최고 과일의 반열에 오르기에는 부족함이 있지만, 최근 몇 년간 샤인머스켓을 앞세워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샤인머스켓은 다른 포도 품종보다 값이 월등히 비싸 '귀족 과일'로 불리고 있다.

대구 근교 포도 농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샤인머스켓 판매 과정을 3년째 지켜보고 있는데, 우리나라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듯하다. 샤인머스켓에 대한 소비자들의 태도가 꽤 흥미롭다. 정상적인 사고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2㎏을 담은 샤인머스켓 한 상자(2, 3송이)를 농장에서 2만5천~2만7천 원에 현장 판매하는데 지난 추석을 앞두고 물건이 없어 못 팔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지난해와 2년 전 이맘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수요는 넘치고 공급이 절대 부족한 상황을 고려하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샤인머스켓은 본래 맛(당도)이 들기도 전에 모두 팔리는 실정이다. 맛이 덜 들었다고 설명하면서 나중에 사 가라고 해도 그냥 가는 법이 없다. 덜 익은 포도를 파는 농부는 일시적인 고민에 빠지지만 돈 앞에 양심을 내려놓는다. 농부의 양심 탓이라기보다는 중간 상인이나 소비자의 구매 극성이 더 문제다.

샤인머스켓은 씨가 없고 과육이 단단해 껍질까지 씹어 먹을 수 있다. 청포도라 겉으로 숙성을 알 수 없다. 먹기에 편하기에 포도가 지닌 맛은 뒷전이다. 판매하는 농부의 눈에 맛을 제대로 알고 사 가는 소비자는 없어 보이지만, 이들은 구매 전 시식하면서 맛있다고 한마디씩 한다.

사실 샤인머스켓이 다른 포도 품종을 압도할 만한 요소는 없다. 그럼에도 인기를 끄는 건 비싼 가격 등 남들이 먹는 유명세에 동참하려는 한국적인 정서 때문이 아닐까. 껍질을 벗겨내는 수고로움을 덜어 주기에 젊은 층에 유독 인기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샤인머스켓은 국내 포도밭을 평정하는 중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샤인머스켓 재배 면적은 2019년 1천867㏊에서 지난해 2천913㏊, 올해 3천579㏊로 늘어났다. 일본에서 개발했지만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고 우리나라에서 대박 난 샤인머스켓은 얼마나 롱런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