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인 밀집 거주 지역 텅 빈 거리…유흥시설·식당 절반 '휴업 중'

입력 2021-09-26 17:17:02 수정 2021-09-26 21:31:24

베트남인 거주하는 북부정류장, 논공 시내는 적막감만
상인들은 장기간 영업중단에 '울상'

26일 대구 달성군 논공읍 소재에 위치한 베트남 노래방 문이 굳게 닫혀있다. 최혁규 기자
26일 대구 달성군 논공읍 소재에 위치한 베트남 노래방 문이 굳게 닫혀있다. 최혁규 기자

"제 주변에선 안내 문자를 통해 코로나19 검사를 두 번이나 받은 사람도 있어요. 베트남인을 고용한 사업장에선 당분간 나오지 말란 말도 했다고 합니다. 당장 생계가 걱정되지만 상점 문을 닫고 최대한 외출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25일 오후 3시쯤 대구 서구 북부정류장 인근에서 만난 베트남인 A(31) 씨는 최근 분위기를 묻자 한껏 경계하는 눈치를 보였다. 그는 친구가 보낸 SNS 화면을 보여주며 "기사에서 이렇게 베트남인과 코로나를 많이 보도하니 베트남인들은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베트남 등 외국인 다중이용시설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확진자가 발생한 곳 인근 시설은 방문객이 뚝 끊겼다. 지자체에서 휴업을 권고하고, 언론을 통해 집담감염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한산해졌다.

◆외국인 발길 끊긴 북부정류장과 논공 공단

이날 방문한 북부정류장 주변 베트남인이 운영하는 식당과 상점은 대부분 운영을 자발적으로 종료한 곳이 많았다. 간혹 운영을 재개한 식당에선 홀 손님을 받지 않고 포장으로 대신하기도 했다. 운영을 하더라도 대부분 업소에서는 내·외국인 방문객 없이 적막감만 감돌았다.

확진자 방문으로 4일 동안 영업 중단 후 이날 처음 식당 문을 열었다는 B(48) 씨는 "베트남 사람들 사이에서는 다들 조심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우리 식당도 방문자가 대부분 베트남인들이어서 당분간 포장 위주로 운영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손님 발길이 뚝 끊긴 건 베트남 상점뿐만이 아니었다. 북부정류장 인근에서 할랄 식품을 운영하는 C(47)씨는 "이곳에는 베트남인 뿐만 아니라 중국 사람들도 많다. 마스크를 쓰면 구별하기 쉽지 않아 베트남인들이 많은 것처럼 보여 외출이 꺼려지기도 한다"며 "코로나19 이후 비자를 갱신하지 못한 외국인들이 많은 점도 손님이 줄어든 이유"라고 했다.

베트남 국적 확진자가 다수 나온 달성군 논공읍의 공단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26일 오후 확진자가 나온 논공읍의 한 베트남 노래주점은 굳게 닫혀 있었다. 태국음식점 등 다른 국적의 식당은 평소와 다름없이 운영했지만, 베트남 식당과 식료품점은 모두 영업을 중단한 상태였다.

주변 상인들은 외국인들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베트남인들이 외출을 하지 않은 탓에 상권이 무너졌다고 하소연했다. 20년 넘게 논공읍에서 옷장사를 해온 D(60)씨는 "코로나가 한창인 반년 전에 비해 매출이 절반이나 줄었다"며 "휴일임에도 논공 시내를 돌아다니는 외국인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확진자가 나온 노래방 1층에서 베트남 음식점을 운영하는 E(38)씨는 "가게를 오픈한 지 두 달이 조금 넘었는데 매출이 거의 없어 월세와 재료값 등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논공읍의 베트남인들은 조심스럽게 집에서 코로나 검사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휴업 권고에 엇갈린 반응

지난 24일 대구시는 베트남인 전용 유흥시설 밀집지역에서 다수 확진자가 발생하자, 대구 내 외국인 전용 유흥시설 72곳과 외국인이 자주 찾는 식당, 카페 90곳에 대해 특별합동점검 및 종사자 진단 검사 실시를 계획했다.

이에 따라 시는 외국인 방문시설에 대해 검사를 받고 음성 확인이 될 때까지 영업을 자제해주길 강력하게 권고했다. 다만, 자율에 맡기되 최소 일주일 이상 휴업을 권고한 상황이다.

시의 선제적 조치로 인해 26일 현재 베트남인 전용 유흥시설, 식당 중 50%가 자발적으로 휴업에 들어간 상황이다. 또한 일부 확진자가 발생한 업소 2곳에 대해 출입자 명부관리 미비 등 방역수칙위반으로 행정처분 조치가 진행 중이다.

이 같은 휴업 권고에 대해 사람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북부정류장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F(52)씨는 "인근 노래방에서 베트남 사람들이 여럿 모이는 걸 봤다. 한국 사람들은 몇 명이 모여야 하는지 신경을 쓰지만, 베트남 사람들은 인원 제한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였다"며 "그래서 당분간 영업을 중단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반면 옷가게를 운영하는 G(61)씨는 "방역 수칙을 위반한 곳에 대해서는 운영 중단이 합당한 조처라 생각하지만, 베트남 식당 전반에 대해 운영을 중단하는 건 과한 조치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한국 자영업자에 대해서도 휴업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마당에 외국인인 이들에게 휴업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겠느냐"고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베트남인들은 대상으로 진단 검사가 완료된 게 아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베트남인들 사이에서 전파 감염에 대한 우려가 상존해 이들에게 자발적 휴업을 권고했다"며 "지난 7월 7일 이후로 손실보상법 적용이 진행되는 만큼 휴업에 대한 보상을 차차 검토를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